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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과 커뮤니티

수국의 계절이 왔네요

by 가을웅덩이


여름이 오면 산과 들에 꽃들이 지천이다.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색도 모양도 제각각인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카카오 스토리가 처음 등장했던 시절, 핸드폰으로 꽃 사진을 찍고 짧은 글을 올리며 하루의 기쁨을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한 겨울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두세 번 산책을 했다.


지산 마을로 향하는 둘레길을 따라 한 시간 남짓 걷다 보면, 길가에 핀 꽃들이 반겨주고, 담쟁이덩굴을 두른 소나무가 내리막길에서 등을 떠밀어주는 듯 응원을 보낸다. 특히 수국이 피던 시절, 산책길 중반에 있는 작은 가게 울타리에는 수국이 만개해 있었다. 연보랏빛 수국은 하늘빛과 어우러져 마음에 잔잔한 평안을 실어다 주었다.


수국은 자라는 토양의 상태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같은 빛깔로 고르게 피는 수국도 있지만, 그러데이션처럼 다채로운 색이 어우러진 수국도 있다.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꽃을 이루는 수국의 모습은 커뮤니티를 떠올리게 한다. 생각이 비슷한 이들이 모인 공동체도 있지만,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더 풍성해지는 커뮤니티도 있다. 수국을 바라보며, ‘어울림’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온라인에서 처음 합류한 커뮤니티는 MKYU였다. 그다음은 ‘내바시’, 그리고 코로나 시기를 지나며 점점 더 다양한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그 무렵 카카오톡에서는 오픈채팅방과 일반 채팅방이 분리되는 기능이 생겼는데, 처음에는 몇 개 안 되는 채팅방을 보며 그 기능이 과연 필요할까 싶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내 오픈채팅방이 40개를 훌쩍 넘는 걸 보면 플랫폼의 안목이 놀랍기까지 하다.


수국처럼 작은 꽃송이들이 모여 큰 꽃을 이루는 식물이 또 있다. 배롱나무다. 이 꽃은 7월부터 10월까지 피어난다. 하나의 꽃이 오래 피는 게 아니라, 제 때가 온 꽃이 차례로 피어나 마치 이어달리기처럼 긴 여름과 가을을 수놓는다. 커뮤니티의 흐름도 그렇다. 한 사람의 열정이 오랫동안 지속되긴 어렵다. 그러나 서로를 다독이고 돌아가며 힘을 내는 공동체는 오래도록 따뜻하고 단단하다.


주말엔 장생포의 수국을 만나러 가려했지만, 비소식으로 계획을 취소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몽실몽실한 수국들. 이달이 가기 전에 꼭 수국의 향기와 색채 속으로 다시 한번 푹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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