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마감이라는 부담감이 삶의 에너지가 됩니다
지난 월요일은 월간 에세이 원고 마감일이었다.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잠깐, 글을 써야 하는 긴 시간이 내 삶에 펼쳐졌다. 다행히 브런치에 올리려고 준비해 둔 글이 있어서, 틈틈이 퇴고하며 완성해 나갈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에 들 때까지 고치는 일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수정을 거듭하다, 마침내 이메일에 원고를 보내는 순간, 모든 미련을 내려놓았다.
안도의 시간은 잠시 뿐이었다. 다음 달 초까지 내야 할 두 번째 에세이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에는 새롭게 써야 하기에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았다. 줌 모임을 하고 가족 모임에 다녀오면서도 글감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8월 호에 실릴 글이기에 계절과 너무 동떨어지지 않은 주제여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다시금 원고 마감이라는 줄다리기를 시작해야만 한다.
공모전에 글을 낸 적이 있었다. 시간이 부족해 완성도 있는 글을 제출할 수가 없었고, 결국 결과는 낙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처럼 청탁을 받아 쓰는 글은 그때와는 다르다. 글을 다듬으면서 문장력이 조금씩 늘고 있음을 느낀다. 퇴고 과정에서 문단을 바꾸기도 하고, 애정을 담았지만 어쩔 수 없이 잘라낸 문장들도 있다. 다듬어가는 시간은 힘들지만 완성하고 난 뒤의 기쁨은 크다.
어느 순간, '이쯤이면 됐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의 실력으로는 이게 최선이야'라는 생각이 들면, 미련 없이 한글 파일을 닫는다. 한 편의 에세이를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 내 삶의 문제들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삶에서 문제가 다가오면 낙심하기보다 퇴고하듯 조금씩 다가가 마주해야 한다. 하루 만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면 지치지만, 매일 조금씩 고쳐 나가다 보면 어느새 그 문제를 극복하게 된다. 시간이라는 약을 제대로 쓰는 법, 글을 쓰며 배우고 있다.
정해진 때에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건 내 삶에 에너지를 준다. 반복되는 일상에 톡 던져지는 한 잔의 커피처럼, 조금은 쓰지만 정신을 깨우는 아메리카노처럼, 글쓰기와 원고 마감은 나를 깨어 있게 만든다. 글을 쓰는 일이 어느새 즐거움이 되고, 그 글을 완성하는 일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