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바라기 하고 있는가?
8월이면 해바라기꽃을 떠 올리게 된다. 몇 년 전 경주에 있는 바실라 카페에서 해바라기 밭을 구경한 적이 있다. 큰 못 옆에 위치한 카페라 한적한 곳이었지만, 해바라기가 필 때는 차가 들어가는 입구까지 채워져 있다. 그때를 기억하며 며칠 전 오전 근무를 마치고 딸과 남편이랑 셋이서 달려가 보았다. 키가 크고 얼굴이 넓은 해바라기를 기대했는데 작은 키에 작은 해바라기들만 가득 모여 있었다. 그래도 넓게 펼쳐진 해바라기 밭은 설렘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오늘 문득 황산공원에도 해바라기 밭이 있다는 포스팅을 보고 점심도 먹을 겸 양산시내로 달려갔다. 황산공원에 도착했을 때 도로가에 있는 작은 해바라기 밭이 눈에 들어왔다. 꽃도 제대로 피지 않은 작고 좁은 밭이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올해는 해바라기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나 보다는 생각으로 황산공원을 빠져나가기 위해 도로를 달리는데 저 멀리 해바라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포스팅한 곳이 바로 그곳이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없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갔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에는 다양한 종류의 해바라기가 줄지어 피어 있다. 키를 훨씬 넘게 자란 해바라기도 있고, 작으면서도 씨가 짙은색을 띠는 해바라기도 있다. 노란 잎에 자주색 테두리를 그린 해바라기와 흰색에 가까운 색을 가진 해바라기도 있다. 원 없이 해바라기를 보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구름에 해가 가려져서 해바라기들은 대부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해바라기를 보며 나는 무엇을 바라기 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무엇을 바라고 흘러가고 있는지 나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하루를 정해진 루틴으로 살아가는 삶, 그다음 이야기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오늘을 충실히 살아야 하는 이유는 미지수의 가짓수를 늘이기 위해서다. 다양한 길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해바라기를 보며 나를 다시 챙겨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