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그렇게 그렁그렁하고 있었다
아티스트 웨이 책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과 오롯이 함께 하는 두 시간을 보내라고 한다.
아티스트 데이트다.
내면 아이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피아노학원을 가기 전에 1시간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동네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글을 쓰거나 루틴을 마무리해야 할 때 자주 가던 카페다.
카페로 가는 동안 심하게 부는 바람과 쌀쌀한 기운으로 온몸이 움츠려 들었다.
커피와 과자를 주문한 후 2층으로 올라갔다.
확 트인 뷰가 있는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나에게 집중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 행복하니?
매일매일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데 힘들지 않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
커피와 빵을 들여다보던 내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한참을 그렇게 그렁그렁하고 있었다.
다행히 2층에는 아무도 없었다.
폰 메모앱에 글을 적었다.
잘하고 있어
응원받고 있잖아
걱정해 주고 있잖아
잘하고 있어
울지 말고 웃어 봐
순수한 너의 영혼을 발견해 봐
뜨거운 마음을 느껴봐
잘하고 있어
정말 잘하고 있어
힘든 생각은 버려 봐
쓸데없는 걱정일랑 날려 봐
눈부신 미래를 꿈꾸어 봐
행복한 감정에 푹 빠져 봐
창너머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나도 바람에 흔들리듯 살아온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본다.
이파리 풀어헤치고 흔들리는 나무들이 삶 속에 투영된다.
나의 춤이 아니다.
힘없이 맡기고 추는 춤이다.
때로는 그런 춤도 나쁘지만은 않다, 부러지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나의 춤을 추는 날도 올 테니 말이다.
카페에서 나와 학원으로 가는 길에 오늘따라 다양한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구석마다 각자의 색으로 당당하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나의 내면 아이도 당당하게 꽃 피우길 기대해 본다.
'평안을 너에게 주노라'
피아노 학원에서 연습한 곡의 제목이다.
몇 주 동안 붙들고 있던 곡인데 오늘은 완성도 있게 칠 수 있어서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