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아메리카노와 달달한 상투 과자
아티스트 데이트 4번째 수행을 위해 카페 지산에 올라갔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시계를 보니 2시 17분이다. 매 시간 20분이면 출발하는 마을버스가 있어서 바로 탔다. 카페 지산으로 간다고 하니 통도환타지아 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고 했다. 지리를 잘 알고 있었지만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장터를 지나는 길이 버스 노선에 포함되어 있는데 장날이라 차들이 양쪽에 주차되어 있어서 힘든 노선이 되었다. 운전 솜씨가 베테랑이어야 지나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한 시간에 한 번 운행하는 마을버스이기에 늘 같은 길을 다니지만 날마다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내 마을로 들어가시는 할머니 한 분이 탑승하셔서 카페 근처에 정차해 주었다. 내려가는 시간을 알아두고 버스에서 내렸다.
카페에 들어가는 입구는 미로처럼 양쪽에 높은 담이 있고 좁은 길이 지그재그로 연결되어 있다. 구석마다 포토존이 있어서 사진으로 한 장면씩 남겼다. 넓은 마당에는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고 장독대와 돌로 만든 조형물들이 놓여 있다. 핸드폰에 하나씩 담으며 건물 옆으로 한참을 돌아 나왔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회전하는 커다란 미닫이문이 있다. 나무 미닫이문의 오른쪽을 밀고 들어가니 갓 구운 빵냄새가 풍겨왔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상투과자, 누네띠네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1층을 둘러보았다. 네모난 로봇처럼 생긴 스피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즈 음악을 품어내고 있다. 여기에 오면 볼 수 있는 특이한 스피커다.
2층에 자리를 잡은 후 커피와 과자를 늘어놓고 먹기 시작한다. 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는 달달한 상투과자를 한 입 먹으니 인생의 소용돌이가 떠 올랐다. 매일의 삶이 항상 편안하지만은 않다. 편안한 날이 드물다. 생각지 않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기고, 해결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것이 하루하루의 삶이다. 쓰디쓴 인생길에 달달한 상투과자가 있으니 그래도 버티고 있지 않은가! 쓴 아메리카노이기에 상투과자가 더 달게 느껴지듯 고난이 깊을수록 행복도 커지는 법이다.
혼자 카페에 앉아서 이리저리 나를 돌아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잊고 살았던 감성도 살아나고 자연을 바라보는 눈빛도 그윽하다. 유월의 꽃들을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