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않았던 길
마리봉이라는 홍차 전문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뜨거운 햇볕이라 먼 거리는 지칠 것 같아서 집 가까운 카페를 향해 출발했다. 근처에 가니 문 앞에 오늘 하루 휴무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개울 건너편으로 노란 금계국이 가득 피어 있었다. 하얀 데이지꽃도 함께 친구처럼 피어 있어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년에는 분명히 없었는데 올해 새로 조성된 화원이다. 개울물소리와 길게 피어 있는 금계국 화원을 보며 핸드폰을 들이댔다.
한참이 지난 뒤 개울 옆에 하발리라는 분홍색 건물의 카페가 있었다. 오랜만에 가보기로 했다. 작은 건물의 카페에는 입구에 들어서니 식물들로 장식을 해서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티스트 데이트 세 번째 장소로 도장을 찍었다.
분홍빛 잔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시며 오늘의 발길을 돌아보았다. 목표를 정하고 달리다 보면 생각지 않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상념에 빠지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지 않았던 길이 보인다. 그 길에서 오히려 보석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 여정이 그렇다. 원하던 곳에 가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화원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서 나를 챙겨보는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곳이라 마음은 푸근했다. 개울 물소리가 들리고 푸른 하늘을 보며 예쁜 꽃들과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나를 찾는 시간은 모험을 즐기는 시간이 되고 기록을 남기는 시간이 된다. 생각지 않은 길에서 생각지 않았던 글감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