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제대로 사과하지 못한 나

“그래도 네가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by 라라




나는 하루를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집까지 긴 걸음을 옮기며, 이 동네엔 택시조차 잘 보이지 않아 더 외롭고 피곤했다. 겨우 집에 도착했을 때, 현관을 열기 전부터 감지된 공기의 무게가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은 멈추었고, 여동생의 다급한 목소리가 뒤따랐다.
“엄마가 아프셔서... 쓰러지셨어.”

그 소식에 마음속 깊이 쌓여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또 이런 일로 소란이야’, ‘이제 더는 무슨 감정도 없다’는 생각이 목구멍에서 떠올랐다. 나는 엄마에게 다가가,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집에 와서 이런 분위기에 매번 노출되면 누가 기분 좋겠냐”고 소리쳤다. 엄마는 놀란 얼굴로 조용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라고 물었지만, 나는 “몰라”라며 자신의 감정만 앞세워 방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 식탁은 영하의 냉기를 띠었고, 나는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내 말이 틀리지 않았어’, ‘감정을 드러내는 건 당연한 일이야’라는 생각으로.

그러나 부모님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고, 집안은 점점 더 차가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그 침묵은 내가 사과할 용기를 찾을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먼저 사과하면 내가 졌다고 느낄까’라는 두려움에 나는 끊임없이 뒷걸음질했다.


얼마 후 가족 모임 자리에서 난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깊은 후회가 눈앞을 스쳤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은 사과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놓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뒤늦은 후회만이 입 안에서 맴돌았고,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밤이 깊어지자 나는 거실에 홀로 앉아 예전 웃고 있던 우리 가족의 사진을 바라봤다.

따뜻하게 웃던 부모님의 모습, 나를 걱정하던 눈빛들, 평범하지만 진심이 담긴 순간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

마음 한끝에 자리 잡고 있던 자만과 고집, 책임의 외면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엄마는 내 부정적인 말과 태도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지 않으셨고, 끝까지 기다려 주셨다.

그 인내와 사랑의 깊이를 깨닫는 순간, 가족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내 안에서 새롭게 피어났다.

다음 날 아침, 부모님이 커피를 들고 거실에 들어오셨을 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제 제가 너무 예민하게 행동 했어요.

엄마, 죄송해요.

그동안 제 생각만 해서....다음부턴 그러지 않을께요.


부모님은 순간 놀라신 듯했지만 이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시며 나를 꼭 안아 주셨다.

“그래도 네가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라는 한마디가 집 안의 공기를 따뜻하게 바꾸었다.

낮선 온기처럼, 우리는 다시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더 깊어진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 갈등 상황에서도 먼저 마음을 전하고

작은 다정함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