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외로우셨죠

엄마의 외로움은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지만

by 라라


어느 날,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엄마도 외로우셨죠?”
어릴 적엔 알지 못했던 엄마의 표정, 깊은 한숨, 그리고 조용히 등을 보이며 설거지를 하시던 뒷모습이

떠올랐다.

요즘 나는 가족들에게 쉽게 화를 낸다.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감정이 쉽게 격해진다.
왜 이렇게 여유가 없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엄마는 몸이 아파도 크게 화를 내지 않으셨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배려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말해놓고, 정작 나는 잘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그제야 엄마가 말없이 삼키던 그 마음이 어떤 것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엄마는 새벽부터 밤까지 가족을 위해 일하셨다.
아빠와 다툼이 잦았고, 우리 형제들의 사춘기가 더해져 엄마의 마음은 더 외로웠을 것이다.
혼자 밥을 드시거나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그 시절의 나는 철이 없었다.
우울해 보이실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그저 바라만 보았다.
아무도 엄마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던 그때, 엄마가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이제야 짐작한다.


그땐 ‘엄마는 강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실제로 엄마는 강했다.
하지만 강인함 뒤에 깊은 고독이 숨어 있었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안다.
세상 누구보다 바쁘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 고립된 자리.
나 역시 지금 남편과 대화가 줄고, 사춘기 아이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집 안에 함께 있어도 혼자인 듯한 시간, 때로는 내가 그저 밥 해주고 청소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고립감과 외로움이, 이젠 낯설지 않다.


가정을 꾸리고, 책임과 고단함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살다 보니,
비로소 엄마의 마음이 보인다.
“엄마도 이런 기분이었구나”라는 공감과 미안함이 밀려온다.
늦게 깨달았지만, 이제라도 엄마의 손을 꼭 잡아드리고 싶다.
엄마가 오래, 내 곁에 계셨으면 한다.
언젠가 나도 엄마처럼 외로워질지라도, 그 외로움을 견디고 이겨낼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엄마의 외로움은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지만, 나는 이제야 그 무게를 느낀다.

이제라도 그 손을 꼭 잡고, 외롭지 않게 곁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목요일 연재
이전 15화사춘기였던 나, 참 미안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