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는 달랐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왔다는 건 변함없는 진실이다.

by 라라


나는 삼남매 중에서 엄마를 제일 많이 닮았다.
외모도, 성격도, 생활 속 습관까지 닮았다.
그런데도 ‘거리감’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엄마와 나는 살아온 시대와 환경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건 그저 먹고 사는 일이었다.
그래서 늘 자신을 뒤로 미루고,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다.
어린 나에게 엄마는 언제나 참고, 감내하는 사람이었다.
시댁에서 모진 말을 들어도, 아빠와 다퉈도 맞서지 않았다.
그 모습이 답답했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절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나도 처음엔 억울한 일을 당해도 말하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함부로 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받아들이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잠시 거리를 둔다.
남편도 가부장적인 면이 조금은 있지만, 대화로 풀고 집안일이든 육아든 함께 한다.
누가 ‘위’고 ‘아래’인지를 가르는 말은 우리 집에선 통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한 번은 명절날, 시댁 식탁에서 아주버님이 아이에게 농담처럼 던진 말이 아이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예전 엄마였다면 웃으며 넘겼을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조용히 말했다.
“그런 말씀은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요.”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의 온기 속에서,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더 분명해졌다.


어릴 땐, 엄마가 아빠와 이혼하길 바랐다.
아빠가 미웠고, 그 곁에서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는 게 괴로웠다.
그런데 엄마는 오히려 나를 나무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엄마의 인생이었고, 내가 함부로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
엄마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왜 이혼을 하지 못했는지 알게 됐다.


전부 다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속에서 내가 물려받은 것도 있다.
엄마의 단단함,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 그리고 꿋꿋함 같은 것들.

엄마와 나는 분명 달랐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살아왔다는 건 변함없는 진실이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