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 전화가 내게 가장 따뜻한 안부였음을 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지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전화를 자주 하셨다.
하루에 한 번 꼭 전화가 왔다. 다른 친구들 부모님은 그렇게까지 자주 연락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우리 엄마만 유독 전화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 괜히 짜증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던 반응이었다.
대학에 들어가 자취를 하고, 국가고시 준비로 바쁘던 시절에도 엄마의 전화는 이어졌다.
집에는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했지만, 엄마는 종종 직접 찾아오시기도 했다.
그때는 휴대폰이 있었으니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늘 비슷했다.
“밥은 먹었니?”
“공부는 잘 되니?”
“잠은 잘 잤니?”
매일 같은 질문이 반복되니 예민해 있던 나는 결국 터져 버렸다.
“다른 엄마들은 매일 전화 안 하는데, 왜 엄마만 그래요?”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조용히 “알았어” 한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거둬들일 수 없었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엄마에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
늘 당연하게 울리던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니 오히려 내가 불안해졌다.
먼저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루, 이틀… 그리고 어느새 2주가 지나서야 결국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웬일이야?” 하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셨다. 나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렸고, 엄마는 “많이 서운했다”고 하시면서도 금세 웃음을 섞어 마음을 풀어주셨다.
그리고 그 후로는 하루에 한 번이 아니라, 이틀에 한 번 전화를 하신다.
이제는 그마저도 고맙다.
엄마가 전화를 거는 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내 안부를 확인하며 안심하려는 사랑의 방식이었으니까.
돌이켜보면 그 시절, 전화 한 통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이제는 그 전화가 내게 가장 따뜻한 안부였음을 안다.
이틀에 한 번씩 울리는 전화벨 소리, 그 자체가 엄마의 사랑이라는 걸.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소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