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였던 나, 참 미안했어요

by 라라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엄마도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마음이 지치고 고단하셨을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쉽지 않지만, 사춘기를 겪는 아이를 마주하는 일은 매일이 전쟁 같다.
큰아이가 사춘기를 꽤나 요란하게 지나갔고, 지금 중학생인 딸은 그보다 더 요란하게 사춘기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다.


기분이 들쭉날쭉한 건 기본이고, 말투와 행동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니 아이의 마음을 따라잡기가 버겁다.
화가 나면 밥도 거부하고, 며칠씩 말도 하지 않은 채 방문을 닫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딸아이를 보며

때론 나도 지쳐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솔직히, 나는 우리 딸보다 더 심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짜증부터 내곤 했고, 웃으며 하루를 시작한 기억은 거의 없다.
특히 엄마에게는 이유 없는 화와 짜증을 퍼붓기 일쑤였다.
말을 하지 않거나 혼자 삐쳐있는 건 기본, 투정부리고 떼쓰는 일이 하루에도 수차례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 딸이 꼭 그때의 나를 그대로 닮았다.
짜증 내는 말투며, 엄마에게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그걸 지켜보고 있자면 소름이 끼치기도 하고, 내 안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는 것 같아 복잡한 마음이 든다.

나는 그래도 말대답은 잘 하지 않았던 편인데, 우리 딸은 잔소리조차 듣기 싫다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얼굴을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그렇게 문을 닫는 걸까.
요즘 아이들은 방 문을 잘 잠그지 않는다고도 하던데, 우리 집 두 아이는 나란히 방문을 꼭 닫고 혼자 있으려 한다.


부르면 대답도 없고, 열 번쯤은 불러야 겨우 나오는 날도 있다.
밥을 차려 놓고 불러도 대꾸 한마디 없이 나오지 않아 속이 상할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야 할까.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그리고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기이고, 반드시 겪고 지나야 할 과정이라고.

겪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남편도 사춘기 없이 잘 자랐다고 했지만, 결혼 후 어느 시점부터는 마치 뒤늦은 사춘기를 겪듯 감정

기복이 컸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이 복잡한 시기를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는 것.
그게 부모로서의 몫이고 책임이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금 엄마를 떠올린다.
내가 엄마에게 했던 행동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나에게 하는 행동이 오히려 덜할 수도 있다는 걸 느끼면서,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커진다.
밥투정, 옷투정, 불평불만 투성이였던 그 시절.
엄마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으셨다.
묵묵히 내 곁에 있으셨고, 나의 날선 말에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지금 생각하면 그 인내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새삼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른 적이 많다. 감정이 앞서고, 속상한 마음에 퉁명스럽게 말한 적도 많다.


그런데 엄마는 어떻게 그 모든 시간을 참고 견디셨을까.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때 엄마가 얼마나 애쓰셨는지를.

아이를 키우며 나를 다시 만나고, 엄마를 다시 알게 되는 이 시간들이 때론 고되고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참 감사하다.
엄마, 미안하고 또 고마워요.
이제야 조금씩, 엄마 마음을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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