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쪼그라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주고 살았다.
특히 시댁에서 나는 없는 존재와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이번 어머니 칠순생일 때도 추석에도 난 혼자서 구겨져 있는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목소리 큰 큰며느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생활이 여유로워서 인지 언제 어디서나 아주 당당하다. 아주버님도 한 몫하신다. 그런 자기의 아내를 떠받들어 준다. 처음엔 그 모습이 그저 보기 좋았다. 하지만 나의 마음이 심보가 뒤틀렸나 보다. 그런 두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얄밉다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더욱 나 자신에게 '이러지 말자, 비교하지 말자'라면서 다짐을 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번엔 잘 되지 않았다. 시댁에 가기 전부터 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예민해져서 남편에게도 신경질 적이었고, 어쩔 수 없이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그래도 그 어색한 공기와 분위기가 나의 굳은 몸을 압도당하게 만든다.
남편은 말이 없는 편이다. 시댁에서도 거의 말이 없다. 누군가 나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해도 남편은 시댁에서 나에 관한 좋은 이야기도 사소한 이야기도 해본 적이 없다. 가끔은 아주버님의 그런 모습과 비교가 되는 남편의 무관심이 서운할 때도 있다.
그동안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무척이나 애를 썼지만 난 또다시 실패자가 된 것 같았다.
모든 게 다 원위치가 되었고, 나는 또다시 쪼그라든 빈 깡통이 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진 것 같았다.
왜 매번 이런 일 들이 반복되는 걸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그들은 풍족하게 가져서?
머리가 복잡해진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나대로 존재하고 싶다.
다른 곳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데 시댁에선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나의 첫 시댁방문기부터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부터 나를 반기지 않았던 시아버지, 나에게 상처돠는 말들을 많이 하셨던 시아버지. 그게 문제였을까?
그러면서 첫째 며느리가 들어오고, 막내며느리가 들어오고... 나에게 처음에 대했던 거랑 다르게 그 두 며느리에게는 너무도 너그럽고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었다. 첫 만남부터 그런 시아버지의 모습이 위선자처럼 느껴졌다.
견디기가 힘들었다. 남편은 이런 상황에서 내가 속상해해도 내편이 되어주질 못했다.
그래서 나의 원망과 속상함이 더 쌓여간 것이다. 시아버지도 남편도 다 미웠다.
그래서 그런지 두 며느리들은 아버지에게 편안하게 농담도 하고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치기도 한다.
나보다 훨씬 늦게 들어온 막내며느리가 여우짓을 할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꼬여도 완전히 꼬인 나였다.
하지만 내가 결혼할 때 격식과 예의를 강조하셨던, 남이 해야 하는 건 다 해오라고 강조하셨던 것들을 두 며느리들은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 부분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나를 망가트릴 수 있는 쉬운 방법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였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게 비교하는 걸 고치는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남은 시간을 헛되이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나고, 그 사람들은 그들일 뿐이다.
나와 다른 그들이 틀린 건 아니고 다를 뿐이라고 인정하려 한다.
또다시 찌그러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