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트럭 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때는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다. 지금 MZ세대는 모를 수도 있지만, 그 시절 김원준, 룰라, 김건모는 정말 잘 나가는 가수들이었다. 그런 유명한 가수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우리 지역에 농수산물 건물이 크게 지어졌는데, 그 준공을 기념해 대규모 축제를 연다는 소식이었다. 친척 동생과 나는 설렘을 안고 일찍부터 가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자리는 금세 꽉 찼고, 늦게 온 사람들은 서서 구경을 해야 했다. 야외 공연장이라 사람이 많으면 약간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가수들을 볼 생각에 그런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김건모가 등장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그다음엔 룰라가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 뒤로 이름 모를 가수들도 몇 명 나오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원준이 무대에 올랐다. TV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잘생겼다. 실물을 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와~~~!" 함성 소리와 함께 갑자기 사방에서 사람들이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압사당할 뻔했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사람들에게 눌렸다. 나와 친척 동생은 온 힘을 다해 겨우 그 인파 속에서 빠져나왔다. 온몸이 아팠지만, 우리는 김원준을 봐야 한다는 필사적인 마음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있던 트럭 위로 사람들이 올라가서 김원준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래서 우리도 그 트럭 위로 기어올라갔다. 높은 곳에서 보니 무대가 훨씬 잘 보였다. 김원준이 노래하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런데 김원준을 보고 있던 기쁨도 잠시, 트럭 주인아저씨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나타나셨다. "야! 너희들 당장 내려와!"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내려가지 않았다. 나도 내려갈 수가 없었다. 김원준을 놓칠 수 없었다.
한참 후, 더욱 화가 나신 아저씨가 다시 나타나셨는데, 이번엔 손에 기다란 갈치를 잔뜩 들고 계셨다. 그리고는 트럭 위에 있는 우리를 향해 갈치를 마구 흔들어 대기 시작하셨다. "내려가! 내려가란 말이야!" 갈치의 비린내와 은박 조각이 여기저기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다. 웃기면서도 치열했다. 끝까지 김원준을 보려 했던 우리였지만, 결국 갈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트럭 아래로 내려와야 했다.
내려오니 김원준의 공연은 끝나 있었다.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잠깐이라도 본 게 어디냐 싶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트럭 아저씨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축제 기간에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장사가 잘될 거라 기대하고 오셨을 텐데, 막상 와보니 갈치가 가득한 트럭 위에 철없는 학생들이 잔뜩 올라가 있었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나셨을까.
가끔 나는 이 시절을 생각한다. 이때만 생각하면 너무 웃겨서 눈물을 쏟으며 친구들에게 얘기해 주곤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생각해 보니, "트럭 아저씨,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그래도 나는 트럭만 보면 그때 그 시절의 가수들과 갈치가 생각난다. 웃음과 미안함이 함께 떠오르는, 나만의 특별한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