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온몸의 통증으로 인해 잠에서 여러 번 깨어났다 잤다를 반복하였다. 가위에 눌린 걸까? 난 휴대폰을 잡으려고 팔을 쭉 내밀었는데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방망이로 내 몸을 잔뜩 때린 것 같았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으려고 그러는 거지라고 혼자 중얼거린다.
힘든 몸을 이끌고 거의 기어가다시피 욕실로 들어가서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한다. 그렇게 기지개를 한번 펴고 나면 언제 아팠냐는 듯 내 몸은 멀쩡해진다. 이런 일을 요근래 여러 번 겪었다.
새벽에 자다 깨서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진통제를 먹은 적도 있었다.
자기 전에 기도를 한다. 오늘 저녁은 아프지 않고 날 때리지 말고 잘 자게 해달라고.
그런데 느낌이 좋지 않았다. 난 밤새 시달렸다. 어제도 그제도...
이유는 설명할 수 없지만, 마음 한 구석이 흔들린다. 아침 공기도 다르게 느껴진다. 그 당시에는 별거 아닌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미 징후는 나타나고 있었다. 내 눈밑의 떨림이 시작된 지 한 달째. 팔목과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한 지 한 달째, 골반통증이 시작된 지는 거의 세 달째.
이 모든 통증의 집합체가 모여서 쉬지 않는 나를 밤에 두들겨 패주는 것인가 보다.
그날 오후, 나는 결국 병원으로 갔다. 대기실의 형광등 불빛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
다. 의사는 내 말을 듣고는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혈액검사, X-ray, 그리고...
일주일 후, 나는 다시 그 하얀 진료실에 앉아 있었다. 의사의 입이 움직였지만, 처음 몇 마디 이후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과로', '스트레스', '신경'이라는 단어들만 귓가에 맴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의 불빛들이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아니, 내가 달라진 것이었다. 그날 밤도 통증은 찾아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제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몸이 보내온 모든 신호들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무시해왔는지를.
다음 날 아침, 나는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몸이 나를 때리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던 거였다.
가장 먼저 바꾼 건 시간이었다. 매일 밤 11시, 무슨 일이 있어도 침대에 눕기로 했다. 끝나지 않은 일이 있어도, 답장하지 않은 메시지가 있어도. 처음엔 죄책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일찍 자도 되나?', '게으른 거 아닌가?' 하지만 사흘째 되던 날, 무언가 달랐다. 통증이 조금 덜했다. 아주 조금.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회사 책상에 타이머를 놓았다. 한 시간마다 알람이 울리면,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동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점심시간엔 책상에 앉아 먹지 않고, 밖으로 나가 천천히 걸으며 먹었다.
손가락이 아플 땐 키보드를 멈추고 손을 주물렀다. 눈밑이 떨릴 땐 눈을 감고 깊게 숨을 쉬었다. 몸이 말을 걸 때마다, 이제는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야근이 불가피했고, 어떤 날은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다시 통증이 찾아왔다.
그런 밤엔 또다시 악몽을 꾸었다. 방망이 든 누군가가 나를 쫓아 오는 것 같았다. 도망치려 해도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깨어났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아. 오늘 하루 넘어진 거야. 내일 다시 일어서면 돼." 골반통증이 사라진 건 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 어느 날 문득, '아, 요즘 안 아프네?' 하고 깨달았다. 손가락 통증도, 눈밑 떨림도 서서히 잊혀졌다. 밤에 누우면, 이제는 다른 기도를 한다. 감사하다고. 오늘도 내 몸과 함께해줘서, 아직 아프다고 말할 수 있어서.
통증은 가끔씩 찾아온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의 고통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