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용기에 대하여

by 라라


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난생처음 권고사직을 받았다. 나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 병원에서 3년을 일했는데, 병원의 경영 악화로 권고사직을 권유받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너무 황당하고 힘들었다.

사실 나는 서울에서 살다가 남편을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새로운 지역에 적응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첫 번째 직장인 종합병원에 취업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 돼서 월급이 제때 들어오지 않더니, 결국 병원이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다. 종합병원도 이럴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참 허망했다.


한 달을 쉬고 운 좋게 두 번째 종합병원에 들어갔다. 이곳 생활도 쉽지 않았다. 코로나가 터진 시기라 코비드 검사를 해야 했고, 겨울엔 추위와 싸워야 했고 여름엔 더위와 싸워야 했다. 새로 생긴 신관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6명의 의사 선생님과 병원 간에 문제가 생겼는지 4명이 단체로 사표를 내는 일이 벌어졌다. 신관에 남아있던 직원들은 어쩔 수 없이 함께 그만둬야 했다. 나는 또 눈물을 머금고 그만뒀다. 이곳에서 2년 정도 일했는데, 두 번째로 그만두는 병원이 되어버렸다.


세 번째 병원도 비슷했다. 처음엔 의사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병원장님과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하나둘 그만두시더니 결국 병원장님과 부원장님 두 분만 남게 되었다. 당연히 환자도 줄고 검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병원은 점점 직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의사 구인도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내린 결단이 직원들의 권고사직이었고, 그 대상에 내가 포함된 것이다.

왜 나였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 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이가 제일 어려서 다른 곳에 갈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었다. 난 이미 적은 나이가 아닌데 말이다. 담담히 받아들이고 월말까지 근무한다고 사인했다. 하지만 중간에 면접 기회가 생겨서 더 일찍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며칠이라도 쉬고 싶었다. 시간을 갖고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안 풀릴까?', '여기가 나의 자리가 아니었나?'라는 비관적인 생각도 들었다. 40대에 경력단절을 겪은 후, 나는 한 곳에서 꾸준히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자꾸만 기회가 오래가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말했다. "남의 밑에서만 일하지 말고, 네가 스스로 주도해서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해라." 의사가 있어야만 돌아가는 병원 구조 속에서, 나는 세 번 모두 의사 문제 때문에 그만둬야 했다. 나는 그런 환경을 만들 그릇이 되지 못했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많으니 나와는 다른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12월은 무척이나 쓸쓸했다. 크리스마스인 오늘도 크리스마스 같지 않다. 그냥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나는 좋다.

새로 들어가는 곳에서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도록 오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 해를 잘 정리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

더 이상 우울해하지 않고, '나는 앞으로 잘될 수 있을 거야', '난 정말 잘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 것이다.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또 다른 일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언가를 다시 시작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부디 새로운 곳에서는 잘 적응하고 부담감 없이 재미있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소망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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