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날 수 있는 가능성
버려진다는 건 끝이라는 뜻일까.
낡고 해진 종이, 금이 간 컵, 오래된 옷처럼
세상은 오래된 것들에게 등을 돌리는 데 익숙하다.
한때 소중히 여겨졌던 것들도, 시간이 흐르면 무심히 쓰레기통으로 던져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것들을 보았다.
한 아이는 종이상자들을 모아 집을 만들었고, 어떤 어른은 빈 병에 물을 담아 햇빛 아래 화분을 키웠다.
누군가는 찌그러진 깡통을 반듯하게 펴서 페인트칠을 하고 예쁘게 장식을 해놓았다.
오래된 옷을 헌 옷 수거함에 버렸었는데 어느 겨울날 핀란드에 사시는 아티스트작가님이 리사이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서울에 오셨다.
헌 옷들을 가위로 실처럼 잘라서 그 천으로 뜨개질을 하는 것이다.
어렸던 우리 아이들도 참석을 하였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실로만 뜨개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헌 옷을 잘라서 뜨개질을 하니 여러 가지 색깔의 알록달록한 무늬가 더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뜨개질을 잔뜩 한 후에 공원에 있는 나무들에게 겨울옷을 입혀주었다.
그 많은 나무들에게 일일이 옷을 입히고 나니 온 세상이 알록달록 너무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을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 알았다.
다시 쓰인다는 건, 단지 모양이 바뀌는 일이 아니란 걸.
그건 누군가의 마음이,
세상을 다시 바라보려는 따뜻한 의지가 물건을 다시 숨 쉬게 만든다는 뜻이었다.
삶도 그와 같다.
실패했다고, 상처받았다고 끝난 게 아니다.
마음이 닫혔던 날들도, 후회로 얼룩진 기억도
누군가의 손길 아래 다시 쓰일 수 있다.
손은 용서이고, 위로이며, 다시 시작하려는 용기다.
재활용은 환경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조용하고도 깊은 철학이 숨어 있다.
나는 이제 안다.
다시 쓰이는 건 물건만이 아니라는 걸.
상처받은 마음도, 낡은 꿈도, 지나간 날들도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다시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이, 세상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