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방향 전환점이자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의 시작
우리는 가끔 멍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을 경험한다.
할 일은 산더미지만 몸과 마음이 말을 듣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상태를 '무기력'이나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번아웃 증후군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번아웃을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증후군'으로 공식적으로 분류했다.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정신적, 신체적 소진, 냉소적 태도, 그리고 효능감의 저하라는 세 가지 주요 증상을 특징으로 한다.
오늘날 사회는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성과를 내게"라는 구호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 난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아무리 열정적이던 사람도, 지속적인 압박과 인정받지 못하는 환경,
자신을 돌볼 여유 없는 삶에 놓으면 버티기 힘들 수밖에 없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기대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더 쉽게 번아웃에 빠진다.
자신을 희생해면서까지 업무에 매달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없이 애써 버티는 이들은 위험하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공황장애약을 복용하고 있다. 물론 번아웃과 공황장애는 증상이 완전히 다르다.
공황장애는 발생하기 전 몇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 또한 사람마다 증상이 달라서 바로 쓰러지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을 쉴 수가 없고 우선 답답한 공간에 있지를 못한다.
앉아 있지도 서있지도 못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이 몰려온다.
이렇게 30분 정도 지나면 증상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몇 번을 더 겪은 후 공황장애의 증상이라는 걸 알고 이젠 매일 약을 먹는다. 전조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먹는다.
이러다 몇 년 후 갑자기 무기력한 증세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번아웃이 제대로 온 것이다
뭐든 말로만 듣다가 직접 경험을 해보니 그 모든 이론들이 이해가 되면서 왜 나에겐 이런 모든 사회적
질환들이 다 나타나는 것일까 하고 자괴감이 들었었다.
지금은 천천히 회복하고 글을 스면서 조금씩 회복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번아웃에 빠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자기 회복력이란, 역경을 이겨내고 다시 평형을 되찾는 능력이다.
단순히 고난을 견디는 게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스스로를 회복할 줄 하는 힘이다.
심리학자 캐런 라이브리치는 자기 회복력을 "심리적 근육"에 비유한다.
우리가 근육을 단련하듯이, 회복력도 습관과 인식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는 건 오히려 번아웃을
가속화한다.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힘들다"라고 인정하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다루는 용기다.
번아웃 상태에선 모든 것이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이때는 거창한 목표보다 '작은 성공 경험'이 회복의 씨앗이 된다.
사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가 자기 효능감을 조금씩 되살린다.
번아웃이 내 인생을 실패한 것이라는 해석을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그리고 "나는 지금 충분히 지쳤구나"라고 인정하며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계기로 삶의 방식을 바꾸고, 새로운 커리어를 찾고, 더 건강한 일과 관계를
만들어간다.
어쩌면 번아웃은 삶의 방향 전환점이자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는 여정의 시작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