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 뒤에 숨은 나
내 이름은 평범하다.
너무 평범해서 어릴 때부터 뭔가 특별한 이름을 갖고 싶었다.
이름이 예쁘고 세련된 느낌이 드는 아이들은 얼굴도 예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내 이름조차도 불러줄 곳은 직장밖에 없다.
이젠 내 이름보다 닉네임을 사용해야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나는 '이름이 아닌 이름'을 하나씩 만들기 시작했다.
먼저 독서모임에 나갈 때 쓰는 닉네임으로 불릴 때면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있다.
블로그나 SNS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은 또 다르다.
그때그때의 감정, 취향, 상처, 혹은 바람이 이름이 되어 나를 대신했다.
다양한 닉네임으로 활동을 하다 보니 가끔 헷갈리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때마다 다른 내가 된 거 같아서
난 좋다.
사람들의 다양한 닉네임을 보면 어쩜 이리도 다양하고 이색적이고 독특한 닉네임들이 많은지 감탄을 하곤
한다.
어렸을 땐 내 이름으로 닉네임을 지어서 아이들이 장난을 많이 쳤던 기억이 난다.
그땐 내 별명을 부르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되었다.
내가 인정하지 않은 닉네임.... 아무 의미도 없는 닉네임을 부르며 장난을 쳤던 어린 시절이 유치하지만
순수했던 것 같다.
닉네임은 나를 숨겨주는 동시에, 더 드러내주는 이름이었다.
본명으로는 하지 못할 말도, 닉네임 뒤에서는 솔직하게 꺼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익명성이 진실을 가린다고 말하지만, 나는 닉네임 속에서 더 나다운 마음을 꺼내곤 했다.
'진짜 나'라는 건 결국 나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니까.
나는 여전히 나의 본명으로 살고 있지만, 닉네임들은 내 안에 또 다른 얼굴로 남아 있다.
그때 나를 지탱해 주던 감정, 어설픈 표현들, 그리고 지워버리고 싶던 흔적들까지.
이름이 아닌 이름들이 모여, 나는 조금 더 입체적인 사람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태어날 때 받은 이름보다, 스스로 선택한 이름들로 더 오래 기억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세상은 내게 하나의 이름만 허락했지만,
나는 이름 아닌 이름들을 통해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진짜인 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