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하고도 난 몇 달간 취업을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가 있었다.
아르바이트도 정말 하기 싫었는데 불안감 때문에 억지로 했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나는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곤 했다.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느 날은 눈을 떠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떠오르지가 않는다.
할 일도 없지만 손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무엇 하나 시작할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작해 봤자 어치피 끝까지 가지 못할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다.
그런 날들이 있다.
나를 무능하다고 느끼고, 게으르다고 자책하며, 괜찮은 척 연기하느라 더 지쳐버리는 날들.
나 아닌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 날들.
나만 멈춰 있는 듯한 이 초조한 정적 속에서,
나는 묻는다.
"나는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가 시작하지 못하는 건지, 시작을 안 하는 건지.
이력서를 수십 군데를 넣어도 연락이 한 곳에서도 오지 않는 그 심정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면접을 한 군데라도 볼 수 있겠지, 하고 장만해 둔 옷도 걸어 놓고 한 번도 입어보지도 못한 그 마음.
내가 좀 더 열정적이어야 했었나.
또 다른 곳에도 도전을 했어야 했나.
나를 심하게 또 자책을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시작하지 못한 날'들에도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혼자 가만히 누워, 멍하니 틀어놓은 음악에 섞인 내 호흡.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들.
그 안에도 조용히 움직이는 '나'가 있었다.
시작하지 못한 날들은 실패가 아니다.
그건 오히려 시작 전의 고요함이다.
그 많은 씨앗 중에서 싹을 틔우지 못한 씨앗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내 안에 어떤 준비가 천천히 자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모든 날이 빛이 날 필요는 없다.
때로는 흐릿하고 무력한 날도 나의 삶의 일부다.
그리고, 그날들이 쌓여서 결국 어느 날 문득,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온다고 믿는다.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