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도 답답했어요

by 라라



첫 아이를 키우는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픈 일이 하나

있다.

우리 아이는 말이 아주 느렸다.

24개월이 넘어가면 보통 문장으로 말을 하는데 우리 아이는 물, 엄마, 아빠 정도밖에 하지 못하였다.

본인이 말을 못 하고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몰라주니 아이는 온몸으로 그 분함과 억울함을 표출하였다.

어린이 집에서 선생님은 무척 힘이 드셨던지 아이에게 언어치료를 권하셨다.

나도 무척이나 지친 상황이었고, 아이의 말을 못 알아들으니 아이는 아이데로 나에게 울고불고 짜증만 늘어갔었다. 그래서 이곳저곳 치료시설을 알아봐서 내가 다니는 직장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언어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힘들고 버거웠지만 나보다 아이가 더 힘이 들 거란 생각이 드니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아이를 데리고 치료실에 다니는 건 나의 몫이었다.

아이는 가기 싫다고 하는 날도 많고 많이 떼를 쓰기도 했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나는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

그래도 10개월 정도 다니고 나니 우리 아이는 제법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 답답하여 육아서적을 미친 듯이 읽었었는데 엄마가 수다쟁이여야 한다는 말이 나의 가슴을 꾹 찔러 됐다.

난 솔직히 아이와 잘 놀아주지도 못했고, 아이에게 말도 많이 안 걸어주고, 집에 오면 집안일하기만 바빴다.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진지하게 놀아준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아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많이 울고 떼를 많이 쓰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한 번은 백화점에 갔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화장실에 갔다.

그전에도 우리 아이는 이미 나를 지치게 한 상황이었다.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옷을 입혀줬는데 아이가 말도 안 하고 무작정 발을 동동거리며 울기 시작하는 거다.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처음엔 왜 그러냐고 잘 달래면서 얘기도 해보고 여러 번 말을 걸어봤지만 아이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무작정 소리를 지르며 울어 됐다.

난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엄마도 몰라" 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그러면 안 됐어야 했는데 나도 나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울면서 쫓아오는 아이는 끝까지 동동거리며 나를 향해 뛰어왔다.

난 그 순간에 멈췄어야 하는데 그 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무슨 마음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아이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얼마 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자 뒤를 돌아보니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울면서 우두커니 서있는 게 아닌가.


나도 모르게 정신을 차리고 아이에게로 다가갔더니 나에게 와락 안겼다.

너무 미안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이를 안다가 엉덩이 부분을 만졌는데 뭐가 걸쳐져서 이상하다 했더니 내가 화장실에서 팬티를 잘 안 올리고 바지만 올렸던 것이다.

그걸 스스로 못했던 우리 아이는 표현도 못하고 무작정 떼를 썼던 것이다.

난 그것도 모르고 나를 또 힘들게 한다고 아이를 원망했던 나 자신을 자책하였다.

너무 미안해서 엄마가 미안하다고 몰랐다고 하면서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날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이 다 난다.

그날 우리 아이는 말하고 싶었을 거다

"엄마, 저도 말하고 싶어요. 저도 답답하다고요"라고.





그 뒤로도 아이가 말을 제대로 못 하니 이런저런 이벤트가 많았다.

하지만 난 이 사건이 제일 마음이 아프고 저린다.

아이도 얼마나 속상했을까?

지금은 다 큰 아들을 보면 마음이 더 찡해진다.


그래도 밝고 씩씩하게 자란 우리 아이가 난 자랑스럽다.

앞날이 더 밝고 빛날 우리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땐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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