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떡국
설날 명절 아침, 시댁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떡국을 나누는 모습을 담고 있다.
남성들의 떡국은 어머님이 이름을 부르며 정성껏 나눠주지만, 여성들의 그릇은 이름도,
자리지정도 없이 '남는 자리'에 놓인다.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지만, 글 속엔 분명한 위계와 침묵의 규칙이 존재한다.
이 글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익숙함에 대한 불편함이었다.
나 역시 명절이 되면 자연스레 부엌으로 향하고, 남편과 아이들의 식사를 챙기며 아무렇지 않게
그 흐름에 몸을 실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찬밥을 주고 남자들에겐 당연히 따뜻한 밥을 주고, 국도 며느리에겐 물어보면서 "너희도 먹을래"
물어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누구도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서운 관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의 "여긴 여자. 저긴 남자네!"라는 말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이에게까지 자연스럽게 주입하고 있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드러낸다. 아이 앞에서 어떤 '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글을 통해 나는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도, 특히 명절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불평등이 당연한 듯 흘러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는 문장 뒤에 숨겨진 침묵의 강요가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 가장 큰 반성이자 배움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명절이 되면 제사를 왜 지내냐는 둥, 왜 남자들은 요리를 하지 않는데 여자들만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냐고 물을 때가 많다. 그럼 난 딱히 할 말이 없을 때가 많다.
생각해 보면 그때그때 대답을 다르게 했던 것 같다.
'원래 그런 거야' '그러게 왜 그럴까' '원래 가부장적인 관습이 남아서 그래' '안 그러는 집도 있어' 다양하게
말해주었다.
그럼 우리 아들 하는 말 "외할머니집에선 안 그러잖아"
그것도 집집마다 다르니깐. 나는 대답해주곤 한다.
앞으로 나는 내 자리에서, 내 아이들에게는 적어도 '남는 자리'가 아닌 모두가 이름을 가진 식탁을 보여주고 싶다. 떡국이 단지 음식이 아니라, 누구의 몫으로도 불릴 수 있는 따뜻한 존재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은 또기님의 이름 없는 떡국이라는 글을 읽고 쓴 독후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