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단, 또 한 계단.
계단은 '단번에 오를 수 없는 길', '한 발씩 디뎌야만 도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성장과 닮았다.
어느 순간 나는 직장을 아무 의미 없이 오며 가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냈던 시간들이 있었다.
집에 오면 집안일을 하고, TV 보다가 잠을 자고 또다시 다음 날을 맞이한다.
이런 시간들이 어느 순간 무기력한 하루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이대론 내 삶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변하고 싶었다. 탈출하고 싶었다.
내가 처음 책을 다시 읽었던 순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살기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 줄도 쓰기 힘들었다.
생각은 많은데, 막상 손가락이 키보드를 어디에 둬야 할지를 몰랐다.
글은 머리에서 마음으로, 그리고 손끝으로 내려오기까지 수많은 층계를 지나야 했다.
마치 가파른 계단 앞에 선 기분이었다.
처음 쓴 글은 낯설고 촌스러웠다. 그때는 몰랐다.
그 어색한 글 한 줄이 내가 디딘 '첫 계단'이었다는 걸.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날 동굴 속에서 깨어 나오게 하는 것 같은 희열을 느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책을 읽고 엉망인 글을 쓰면서도, 손을 놓지 못한 나는 그래도 글을 써 내려갔다.
마음이 편안해지려는 순간 새로운 일, 도전 앞에서의 망설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겁도 나고, 의심도 들고, 괜히 시작했나 싶었다.
글을 쓰는 날이 늘어갈수록, 나는 나를 조금씩 더 알게 됐다.
어떤 감정을 자주 쓰는지, 어떤 상황에서 예민하고 쉽게 무너지는지.
글을 쓰면서 마음 깊은 곳의 상처와 갈망을 느꼈다.
피하고만 싶었던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했다.
한 번은 글이 괜찮다는 말에 공모에 지원을 하기도 했다.
두 달이 지난 후에 도착한 메시지는 불합격이라는 소식이었다.
난 어느 정도 기대를 했었나 보다.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어느 순간 익숙해지지만,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온다.
나의 이중적인 마음은 또다시 내가 오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처음보다 문장을 덜 지우고, 감정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공감 어린 댓글에 울컥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 칸 더 올라가며 알게 되는 내 안의 힘을 믿고 싶어진다. 글쓰기는 빠른 길이 아니다.
하지만 느리게 오르는 만큼, 오래 남는다. 한 계단, 또 한 계단.
나는 오늘도 내 안의 계단을 오른다. 말을 잃었던 날들 속에서, 다시 말의 힘으로 나를 일으켜 세우며.
나는 다시 글을 쓴다.
성장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
매일매일 여러 가지 주제로 글을 쓰면서 사물을 볼 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심이 생겼다.
이 모든 일들이 두려움에서 감사로 바뀌는 순간이 왔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때마다 두려움과 설렘이 앞서지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넘어져도 괜찮다는 위로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