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분데스리가의 묘미중 하나는 치열한 강등권 탈출 싸움이다(혹은 승격싸움). 혹자는 말한다. 너무나 확실한 '강자'(바이에른 뮌헨)가 있기에 분데스리가는 '재미'가 없다고. 그러나 공은 둥글고, 역사로 새로 쓰여질 수 있다. 지난 시즌엔 창단 이래 55년만에 2부리그로 강등된 함부르크가 있었고, UEFA 유로파리그에 참가했지만 리그 꼴지로 강등된 FC쾰른이 있었다. 희비가 엇갈린 다른 두 팀도 있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승격에 성공했다. 18-19시즌 분데스리가의 새 얼굴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와' FC 뉘른베르크'를 소개한다.
뒤셀도르프와 뉘른베르크는 각각 2부 분데스리가에서 1,2위를 차지하며 올시즌 분데스리가로 승격했다. 뒤셀도르프는 지난 시즌 32R 디나모 드레스덴과의 경기에서 90분 공격수 헤닝스의 결승골에 힙입어 2:1로 승리하며 뉘른베르크보다 일찌감치 승격을 확정지었다. 뉘른베르크는 33R SV 잔트하우젠과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3위 홀슈타인 킬을 제치고 분데스리가에 안착했다. 마지막 34R는 승격을 확정 지은 뒤셀도르프와 뉘른베르크 양팀의 2부리그 우승 싸움이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3:2로 뒤셀도르프가 역전하며 1위를 달리던 뉘른베르크를 누르고 승격과 함께 우승을 거머쥐었다. 반면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홀슈타인 킬은 1부리그 VfL 볼프스부르크와 치른 두 번의 승강전에서 합계 4:1로 두 경기 모두 패해 승격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양팀 모두 오랜만의 분데스리가 승격이다. 뒤셀도르프는 12-13 시즌(17위로 강등)을 끝으로 5년 동안 2부리그에 머물러 있었고, 뉘른베르크 또한 13-14시즌(17위로 강등) 이후 4년간 2부 분데스리가에 남아 있었다. 뒤셀도르프와 뉘른베르크 둘다 분데스리가에 그리 오랫동안 발을 붙여본 적이 없는 팀들이다.
뒤셀도르프는 분데스리가 터줏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승격과 강등을 반복했다. 1978년부터 3년 연속 DFB-Pokal 결승에 오르기도 했던 팀이었지만, 1996-1997시즌 강등 이후 02-03시즌에는 심지어 4부리그(독일 북부지역리그)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엔 절치부심하여 꾸준히 순위를 높혀가며 승격했다. 11-12시즌엔 분데스리가 2부 3위를 기록했고, 헤르타 베를린과의 플레이오프 끝에 승리하며 15년만에 다시금 분데스리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분데스리가에 길게 발을 담그지 못했다. 다음해 12-13시즌 분데스리가 17위를 기록하며 바로 강등되었다. 13-14시즌부턴 5년간 중위권에 머무르며 반등의 기회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17-18시즌엔 전반기 9승 4무 4패를 기록하며 좋은 경기내용을 보였고, 후반기 10승 2무 5패로 마감해 5년만에 우승과 함께 분데스리가로 복귀했다.
뉘른베르크는 독일 챔피언쉽(분데스리가 출범이전 리그) 역대 최다 우승(8회)에 빛나는 명문구단이다. 1920년대 독일 챔피언십에서 5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초창기 독일 축구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이미 먼 옛날의 영광들이다. 1967-1968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으나, 이듬해 바로 강등을 당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는다. 이렇다 할 활약이 없다 06-07시즌 리그 챔피언이었던 슈투트가르트를 꺾으며 DFB-Pokal에서 우승과 함께 다음시즌 UEFA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 참여한다. 대회 토너먼트를 통과해 32강까지 가는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분데스리가에선 강등권을 전전하다 16위로 마감하며 08-09 시즌을 다시 2부리그에서 보냈다.
08-09 시즌 3위를 차지하며 당시 16위 팀이었던 코트부스와 플레이오프 승강전 끝에 승리하며 1년만에 다시 분데스리가로 돌아왔다. 이후 뉘른베르크는 09-10 시즌 한차례 강등위기를 겪었고, 5년간 분데스리가에 참여하다 13-14시즌 다시 2부 리그로 추락했다. 17-18시즌 전반기 10승 2무 5패, 후반기 7승 7무 3패로 2위를 기록하며 4년만에 승격을 확정지었다.
뒤셀도르프의 프리드헬름 풍켈 감독은 4-1-4-1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지난 시즌 때에 따라 두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볼란치)를 두는 포메이션으로 변칙을 주기도 했다. 공격시 양쪽의 발빠른 윙을 활용한 카운터 어택과 양질의 크로스는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특히 중앙공격수 헤닝스와 윙어 라만의 합이 좋다. 지난 시즌 둘은 각각 리그 13골 7도움, 10골 3도움을 올렸다. 헤닝스의 탁월한 결정력과 상대 수비 뒷편을 허무는 라만의 빠른발은 뒤셀도르프를 승격으로 이끈 원동력이기도했다.
임대생들의 활약도 컸다. 플로리안 노이하우스(묀헨 글라트바흐), 베니토 라만(스탕다르 리에쥬), 타카시 우사미(아우쿠스부르크)와 하라구치 겐키(하노버96)가 주인공이다. 시즌 초반 미들라이커로 활약하며 뒤셀도르프의 득점 루트 중 하나였던 노이하우스와 빠른 기동력으로 뒤셀도르프의 역습을 담당한 라만이 돋보였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 온 우사미는 공격 본능을 꽃 피우며 임대이적 첫 시즌 8골 3도움을 올렸다. 후반기 헤르타 베를린에서 긴급 수혈된 하라구치 겐키 또한 1골 4도움을 올리며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떠났다.
2부리그 우승과 함께 승격했지만 불안한 점은 있다. 수비 상황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의 합이 좋지 않다. 세트피스 상황과 수비 시,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이 상당히 불안하다. 지난 시즌 실점 상황이 모두 비슷하다. 지난시즌 3:1로 패한 14R 디나모 드레스덴과의 경기와 4:3으로 역전패한 24R 레겐스부르크와의 경기가 뒤셀도르프의 모든 취약점을 보여준다. 코너킥 상황에선 대인마크를 놓쳐 완벽한 기회를 내주는가 하면, 수비 상황에선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사이 간격이 멀어 상대에게 빈번히 슛팅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적극성도 부족해 보인다. 지난 시즌 주장 올리버 핑크를 비롯해 보드첵과 소보트카, 노이하우스가 주로 중앙 미드필더진으로 배치됐다. 특히 수비형 미드필더인 보드첵과 소보트카는 수비라인 앞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수비가담으로 중거리 슛팅과 크로스를 많이 내줬다. 뒤셀도르프가 1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좋은 신체조건과 적극적으로 싸워줄 수 있는 투박하고, 터프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해 보인다.
뉘른베르크의 쾰너 감독은 공격적인 4-3-3 포메이션을 주로 활용한다. 4-1-4-1 포메이션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공격적으로 윙포워드 플레이가 핵심이 되는 4-3-3 포메이션을 선호한다. 그러나 윙플레이에서 오는 크로스보다는 윙포워드가 중앙쪽으로 침투해 공격시 쓰리톱으로 수적 우세를 가져간다. 세트피스를 제외하면 중앙에서 해결되는 골들이 많았다. 그 과정에서 스트라이커 미카엘 이샥과 주장 하노 베흐렌스가 돋보였다. 이샥은 좋은 신체조건에서 나오는 힘과 스피드로 지난 시즌 12골 8도움을 올렸다. 중앙 미드필더 베흐렌스는 팀내 최다 득점인 14골 4도움을 기록하며 이샥과 함께 뉘른베르크의 승격을 이끌었다.
세트피스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세트피스 키커인 앤리코 발렌티니는 날카로운 킥으로 11도움을 올리며 뉘른베르크의 확실한 공격루트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쾰너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고, 많은 활동량으로 템포 높은 축구를 지향한다. 지난 시즌 전반기 공격은 유스 출신의 토이셔트(21)가 이샥과 함께 합을 맞추며 6골 2도움을 올렸고, 에두아르도 뢰벤(21)은 전방위 포지션을 모두 소화하며 쾰너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선수단도 더 젊어졌다. 올여름 이적시장 새로운 젊은피들을 수혈한 뉘른베르크는 주장 베흐렌스(28)를 제외한 나머지 미드필더진들의 평균나이가 23세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점도 노출됐다. 한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우는 포메이션(4-3-3 내지 4-1-4-1)을 사용하다보니 수비라인을 보호해줄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이 모자랐다. 특히 좌, 우측 풀백인 라이볼트와 발렌티니는 공격적 성향의 풀백으로 수비시 복귀가 늦고 대인방어에 허점을 보였다. 유스 출신의 패트릭 에라스(23)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주 중용됐지만, 발이 느려 수비라인을 보호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 한명의 유스 출신 뢰벤(21)은 지난 시즌 전방위 포지션을 소화했다. 본업은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중앙 수비수, 좌측 풀백과 윙,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맡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로 출전 했을 때 허점이 드러났다. 9R 빌레펠트와 15R 브라운 슈바이크, 25R 그로이트 퓌르트전까지 총 3경기에서 수비진영 볼키핑 실수로 3골을 내리 헌납했다. 감독 입장에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귀한 자원이지만, 반대로 특정 포지션에선 월등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마지막, 백업 공격자원의 문제다. 공격수 이샥의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23R부터 28R까지 아담 즐레락(23)과 팔라시오스 마르티네즈(22)가 대신 투입됐다. 그러나 6경기 중 단 1승을 거두며 기록한 5골 중 마르티네즈만이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백업자원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뒤셀도르프는 벨기에 국가대표 U-21의 공격수 디도 루케바키오(20)를 임대 영입했다. 벨기에 명문 안더레흐트 유스팀과 성인팀을 거쳐 프랑스 FC 툴루즈, 지난해까진 벨기에 RSC 샤를루아에서 활약하며 19경기에 출전, 3골 3도움을 기록했다. 올해 1월 겨울 이적시장에서 RSC 샤를루아에서 왓포드로 이적(5M, 한화 약 64억)했지만, 후반기 단 1경기 교체출전에 그쳤다. 반전은 오스트리아 마리아 알름에서 열린 뒤셀도르프와 왓포드의 친선경기에서 일어났다. 이날 경기에서 루케바키오는 후반전 교체투입되며 팀의 3:1 승리를 도왔다. 바로 다음날, 그는 뒤셀도르프로 이적했다. 하루전까지만 해도 루케바키오는 뒤셀도르프의 골문을 향해 돌진하던 왓포드의 공격수였다. "그는 매우 빠르고 좋은 기술을 지녔다. 발전가능성이 큰 선수로 뒤셀도르프와 함께 분데스리가에 데려와야만 한다" 라며 풍켈 감독이 독일 Kicker와의 인터뷰에서 이적배경을 밝혔다.
지난 달 19일에 열린 TuS Rot-Weiß 코블렌츠와의 포칼 1R에서 루케바키오는 존재감을 증명했다. 오른쪽 윙으로 선발 출전하며 전반 9분과 12분 멀티골을 터뜨렸다. 특히 12분에 터진 왼발 중거리슛은 풍켈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 득점이었다. 지난 달 25일, 분데스리가 1R 아우크스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후반 79분 라만과 교체투입되며 11분간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시즌 활약한 경쟁자 베니토 라만이 당분간 주전으로 나설 것으로 판단된다. 루케바키오는 주어지는 시간동안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뉘른베르크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일본인 공격수 유야 쿠보(24)를 임대로 데려왔다. 지난 시즌 공격수 케빈 뫼발트(2017/18시즌 7골 1도움)가 브레멘으로 이적하며 생긴 공백을 쿠보가 메울 것으로 팀은 기대하고 있다. 그는 처진 스트라이커나 윙으로 플레이하며, 좋은 드리블을 가진 동시에 빠르고 힘 있는 돌파에 능하다. 2013년부터 스위스의 영 보이스에서 4년간 137경기에 출전, 39골 15도움을 기록했다. 2016년엔 벨기에의 KAA 겡트로 이적하며 통산 61경기 22골 4도움의 활약을 펼쳤다. 또한 영 보이스에서 활약하는 동안 독일어를 사용해 뉘른베르크팀 적응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쿠보는 겡트와 2020년까지 계약인 상태로, 이번 뉘른베르크 임대 이적을 위해 1년 더 겡트와 계약을 연장해야만 했다. 쿠보의 올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양팀 합의 후 뉘른베르크로 완전 이적도 가능하다. 지난 9월 2일 일요일, 쿠보는 분데스리가 2R 마인츠와 홈경기에서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했다. 후반 페널티 박스에서 여러차례 날카로운 모습을 보이며 이날 MOM에 선정되기도 했다. 쾰너 감독의 공격전술(4-3-3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며 해결 짓는 스타일의 윙포워드)에 맞는 공격수인만큼 쿠보는 이번 시즌 더 많이 중용 될 것으로 판단된다.
아인라흐트 브라운슈바이크는 지난 2012-13 분데스리가 2부리그 준우승을 통해 한차례 분데스리가 1부로 승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듬해 18위를 기록하며 다시 2부리그로 강등되었다. 이후 2016-17시즌엔 3위를 기록하며 볼프스부르크와 플레이오프 승강전을 치뤘으나 패하며(2패, 합계 스코어 0:2) 다시 승격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2부리그 17위를 기록하며 3부리그까지 추락하는 악몽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에겐 2014년 당시 류승우가 레버쿠젠에서 임대이적했던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1부리그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승격팀에겐 1부에 머무르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기도 하다. 브라운슈바이크처럼 3부리그까지 추락하는 일을 경험할 수도 있다. 심지어 뒤셀도르프는 2002-03시즌 4부리그까지 강등 당한 아픔을 갖고 있다.
그래도 뒤셀도르프와 뉘른베르크의 전망은 비교적 밝다. 뒤셀도르프의 경우 2015-16시즌부터 팀 감독을 맡았던 프리드헬름 풍켈 감독이 여전히 팀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시즌 공격을 책임졌던 중앙공격수 헤닝스(15골 8도움)가 팀에 잔류했다. 임대생 신분으로 활약한 베니토 라만(스탕다르 리에쥬)과 타카시 우사미(아우크스부르크) 그리고 얀 짐머(슈투트가르트)까지 완전영입(우사미는 1년 더 임대)에 성공하며 팀 승격에 일조한 선수들의 이탈을 최대한 막았다.
뉘른베르크의 지휘봉도 여전히 미하엘 쾰너 감독이 잡고있다. 전반기 공격진에서 활약했던 케빈 뫼발트와 토이셔트가 각각 브레멘과 샬케로 일찌감치 이적했지만, 이후 뉘른베르크의 공격의 핵심이었던 이샥(12골 8도움) 주장 베흐렌스(14골 4도움)가 남았다. 젊은 선수들을 선호하는 쾰너 감독은 30대의 노장 선수들을 모두 정리하고 KAA 겡트(벨기에)에서 공격수 유야 쿠보(24)를, 바이에른 뮌헨에선 공격형 미드필더 유망주 티모시 틸만(19)을, 루도고레츠(불가리아)에선 윙어 비르힐 미시디얀(25)등을 야심차게 영입했다. 뉘른베르크 역시 승격과 함께한 선수단 대부분을 지키며 전력 이탈을 최소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