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수 Jan 21. 2019

루시앵 파브레, 명장이 될 것인가 독불장군이 될 것인가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루시앵 파브레 감독 [출처 - Kicker.de]

    "출전은 장담 할 수 없고, 우리는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기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5R 뉘른베르크와 경기 전 인터뷰에서 개막 후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괴체에 대해 묻자 루시앵 파브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이 내놓은 답이었다. 그의 확고한 대답에 질문을 던진 진행자가 머쓱해 했지만, 괴체 투입 없이도 뉘른베르크전을 7:0으로 승리해 이유있는 답변이었음을 증명했다.


도르트문트 감독 부임 당시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과 역습을 강조하며 팀의 변화를 예고했다. 시즌 초반부터 괴체를 제외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던 파브레 감독이 전반기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냈다. 파브레 감독이 불러온 변화는 도르트문트의 성적 뿐 아니라 선수단 구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화두는 '젊은 선수들(Young guns)'과 '하드 로테이션(Hard Rotation)'이다.  

묀헨글라트바흐 시절 파브레 감독과 마르코 로이스 [출처 - Bild.de]

파브레 감독은 젊은 선수 기용에 익숙한 감독이다. 2006/07 시즌 FC 취리히 감독으로 평균연령 21.5세의 선수들과 스위스 수퍼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2009/10 시즌엔 강등 위기에 놓여 있던 묀헨글라트바흐의 감독으로 부임해 마르코 로이스와 함께 분데스리가 잔류를 이끌었다. 로이스는 보훔과의 승강전 두번째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며 잔류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당시 로이스는 약관을 겨우 지난 21살의 어린 선수였다.


2000년생 제이든 산초와 1999년생 단 악셀 자가두. [출처 - Kicker.de]

도르트문트에서도 젊은 신예들을 적극 활용했다. 활용은 수비와 공격 2선에서 두드러졌다. 수비진의 마누엘 아칸지, 압두 디알로, 단 악셀 자가두, 아치라프 하키미 모두 23세 이하의 선수들이다. 2선 자원 야콥 브룬라센,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제이든 산초, 마리우스 볼프의 평균 연령은 20세에 불과하다. 나이 답지 않은 침착함과 공격적인 패싱력으로 중앙 수비를 꿰찬 악셀 자가두와 게임 체인저 역할을 맡은 제이든 산초(6골 8도움)가 20살이 채 되지 않은 점은 더욱 눈 여겨 볼 만 하다.

 

영건들이 활약하는 과정에서 희생자도 생겨났다. 카가와 신지가 대표적이다. 야콥 브룬라센과 제이든 산초가 좌, 우측 날개에 자리 잡으며 공격 자원들의 포지션 변동이 자연스레 일어났다. 카가와의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엔 로이스가 새로이 입지를 굳혔다. 이번 시즌 전반기 지난 4,5라운드 출전, 2경기 98분이 전부다. 나머진 벤치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카가와는 현재 파브레 감독 구상 밖의 선수로 분류되고 있다.


외머 토프락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 인대 손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영향이 컸다. 그 사이 아칸지, 디알로, 자가두 영건 3인방이 수비진을 책임지며 토프락은 자리를 잃어갔다. 부상 복귀 이후 9라운드부터 5경기에 출전, 187분(리그경기) 만을 소화했다. 토프락은 17 라운드 묀헨글라트바흐와의 경기에서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해 팀의 2:0 무실점 승리를 돕기도 했지만, 영건 3인방의 부상으로 인한 투입에 불과했다. 지난 2017/18 시즌 리그 26경기를 소화한 토프락으로선 실망스러운 전반기 시즌이었다.


루시앵 파브레 감독과 파코 알카세르 [출처 - Augsburger-allgemeine.de]

파브레 감독은 도르트문트 선수단에 젊은피 수혈과 더불어 하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특히 스트라이커들의 로테이션이 잦았다. 파브레 감독 이전 도르트문트의 스트라이커는 부동의 공격수들(레반도프스키,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이 활약한 자리였다. 전반기 파브레 감독은 막시밀리안 필립, 마리오 괴체, 파코 알카세르 3명의 공격수를 모두 활용했다.


첫 선택은 막시밀리안 필립이었다. 개막부터 8라운드까지 선발로 출전한 필립은 1골 1도움 만을 기록하며 다소 부진했다. 그 사이 파코 알카세르가 조커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알카세르는 전반기 12경기에 출전(502분 소화), 12골을 만들어 내며 42분당 1골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파브레 감독은 알카세르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발 선수로 고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중용하지 않았던 괴체를 원톱 카드로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마리오 괴체 [출처 - Skysports.de]

괴체는 9라운드 헤르타 베를린전에 스트라이커로 출전하며 포지션 변화를 꾀했다. 좌측 날개로 플레이 했던 로이스가 시즌 초부터 공격형 미드필더로 옮기면서 괴체의 포지션이 문제가 됐다. 괴체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8번 역할)를 선호했지만 공미엔 로이스가, 중원엔 악셀 비첼과 토마스 델라이니가 버티고 있었다. 괴체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파브레 감독은 수비수들에게서 벗어나 공간을 창출하고 때때로 마무리까지 지을 수 있는 공격수를 원한다"며 바뀐 역할에 대해 괴체가 독일 Kicker 와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전했다.


파브레 감독은 자칫 도태될 수 있었던 괴체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나아가 동기부여까지 이끌어냈다. 괴체는 17라운드 묀헨글라트바흐전을 앞두고 "더 많은 동기부여를 받았고 더 많은 훈련을 했다. 내가 도르트문트에서 얻었던 자리(공격형 미드필더) 였음을 파브레 감독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Kicker 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을 찾기 위해 계속 쟁취할 것을 밝히기도 했다.


로테이션 전략이 지금까진 잘 맞아들고 있다. 스트라이커 자리엔 한명의 선수가 출전하지만, 파브레 감독은 투톱이 뛰는 효과를 내고 있다. 선발로 출전하는 괴체는 전방에서 폭 넓은 활동량과 2선 공격진들과의 연계플레이로 수비수들을 지치게 만들고, 이후 투입되는 알카세르는 기회를 포착하고 골로 연결 짓는다. 파브레 감독은 한 명의 공격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 중이다.


위르겐 클롭과 루시앵 파브레 감독 [출처 - UEFA.COM]

파브레 감독 아래 도르트문트는 순항중이다. 최근 우승을 차지했던 2011/12 전반기 시즌보다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당시 전반기 17경기 34점(10승 4무 3패)보다 승점이 8점 더 많은 42점(13승 3무 1패)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 괴체를 제외하며 불러일으킨 외부 잡음도 존재했다. 결국엔 포지션 이동과 로테이션이라는 합의점을 찾아 함께 살 수 있는 실리를 가져갔고, 파브레 감독은 전반기 우승이라는 결과로 증명했다. 어린 선수들을 선호하면서도 과거 애제자 로이스를 주장으로 임명하며 신구 조화도 염두에 뒀다. 파브레 감독에겐 아직 후반기가 남아있다.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펼친 불독장군으로 평가될 것인지, 파브레식 변화로 선수단을 장악한 명장이 될 것인지는 올 시즌을 마무리 했을때 그 상태에 달려있다. 성적도, 선수단도 함께.




작가의 이전글 독일에서 '비상' 꿈꾸는 이청용과 황희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