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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Mar 14. 2023

배움 5

바리스타 자격증

 장롱 속에 순금의 쌍 가락지와  복 주머니 모양의 매달이 달랑거리는 순금 목걸이가 있다. 40년 전 결혼 예물이다. 뒀다 뭐 하나 싶어 흰머리를 기르기 전까지 부지런히 끼고 다녔다. 흰머리를 하고 난 후 추운 겨울철이면 좀 어울릴까 싶어서  끼워보니 영 아니다. "나 노인네입니다"라고 반지 낀 손등에 쓰여 있는 듯 보인다.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바꿔서 그럴 수 있다. 핑크색과 노란색 옷들은  잠잠히 있다가도  봄이 되면 입고 싶지만 결국 실버색이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


나이 제한 없는 바리스타 공부를 하러 갔다. 실버교육하는 곳이 아니면 배우는 곳 어딜 가나 제일 어른처럼 보인다. 흰머리색이 그렇다. 실버라는 단어로 예쁘게 살짝 포장해 주었지만 노인이다. 15명 모인 곳에 흰 머리카락이 눈에 확 띈다.


벌거벗고 들어가는 목욕탕에서도 나이를  물어보고 이곳에서도 나이를 묻는다. 대답을 피하는 것에 요령이 생겼는데  자식보다 어려 보이는 새댁들이 언니라도 불러주니 어색하지만 견딘다. 그들도 어쩌면 거북하고 조금스럽고 불편할 수 있다. 궁금한 것은  묻는 사람 몫이니까 대답을 꺼리면서 넘어간다.


에티오피아에서 최초로 발견된 커피는 목동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커피체리를 수확 후 껍질을 제거하고 건조 후 로스팅 한다. 수출 항구의 이름을 딴 산토스라는 커피 이름도 있고 덜 볶으면 신맛을 느낄 수 있다. 쓴맛에 길들여져서  도통 그 맛이 그 맛 같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떫은맛 시큼한 맛 한약 같은 맛 썩은 맛 상한 맛도 느껴졌다. 맛을 보려고  에스프레소를 아침부터 여러 잔 약 먹듯이 음미한다.

  

같이 하는 이들의  아이 키우는 이야기, 여행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실기시험일에 입을 옷을 준비하면서  4개월 지나갔다.  8월 22일에 시작하여 12월 17일에 실기 시험을 치렀으니 여름옷을 입고 시작하여 겨울옷으로 마쳤다. 12월 25일  눈은 오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 날 자격증이 선물처럼 도착했다.


검고 진한 향의  에스프레소를 뽑으며  쓱싹쓱싹 행주질했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배움은 몸에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아서 세상살이에 힘이 되지 않겠는가.




2023년 3월 14일 화요일

봄은 낮에 오셨다가 저녁이 되면 산속으로 가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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