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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Jan 07. 2020

나 16

나는 길들여지지는 않았다


카프카라는 
그 위대한 작가는 세상의 인정도 못 받고  
아주 외롭게 죽었거든요.(생략)
카프카는 천만 군보다 더 무서운, 
자기 마음속의 무시 무시한 독자.(생략)
 남의 평가란 게 사실은 별거 아니잖아요.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과 최인호 대담 <P109>




나답지 못했다고 울고불고 난리지만 그렇다도 누군가에게 길들여지지는 않았다. 길들여지지 않으려고 더 힘들게 살았는지 모른다. 길들이려 했던 이들은 어쩌면 나를 보고 "지독하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때로는 학교든 사회이든 가족이든 약육강식의 잔인한 정글 속에서 살아간다. 비열하게 간을 보며 약자가 되는 순간, 강자는 가차 없이 길들이려 덤빈다.



 동네 도서관 화장실이다. 손을 씻고 있었다. 여학생 두 명이 들어오면서  한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에게 소리소리 지른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한 여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 너 내가 빌려준 돈 다 값아! 빨리." 한 여학생 하는 짓은 마치 수억 빚쟁이한테 하는 짓거리이다. 한 여학생은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하면서  머리를 깊숙이 가슴 쪽으로 묻는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서 숨은 쉬는지 모르겠다.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쩌지 어쩌지?  몇 초가 흐른듯하다. 마침 소리 지르던 여학생이 소변을 보러 변기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여학생의 가방을  매가리 없이 들고서 있는 여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왜 그래  내가 도와줄 것이 있니?' 나도 숨을 죽이며 얘기했다."아니에요. 내가 잘 못해서 그래요." 여학생은 웅얼거렸다. 그때 너 때문에 화가 났다는 듯이 요란하게 문을 열고 소변을 본 여학생 나오자, 머리를 숙인 여학생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그 여학생 가방까지 들고 따라나간다. 미치겠다. 어휴. 그때 얼마를 빌렸냐고 물어볼 것. 뒷모습이 생각나서 집에 돌아와 며칠을 잠자리가 편치 않았다. 딸보다 어린 친구의 견뎌내야 할 학교생활이 걱정되니 마음은 아프고,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치사스럽게 만드는지 내 머릿속에서는  치사 팬티 같은 인연들이 줄줄이 떠 올라 더 힘들게 했다. 왜 없었겠는가! 63년 세월에 나를 길들이려 했던 인간들이.




 노년을 가늠할만한 증후들이 소소히 보이는 씁쓸해지는 저녁이다. 그 못된 여학생이 신께 외경심( 畏敬心)을 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아직은 끼어들고 싶고, 해결해주고 싶은 정면 승부의 마음을 현실에서 이루게 하소서!. 넘치지는 않게 아픈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빌어본다.






2020년 1월 7일  봄비처럼 축축이 비가 온다. 여전히 2020년이 어색하다.













© sasint, 출처 Pixabay









 나답지 못했다고 울고불고 난리지만 그렇다도 누군가에게 길들여지지는 않았다. 길들여지지 않으려고 더 힘들게 살았는지 모른다. 길들이려 했던 이들은 어쩌면 나를 보고  "지독하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때로는 학교든 사회이든 가족이든 약육강식의 잔인한 정글 속에서  살아간다. 비열하게 간을 보며  약자가 되는 순간, 강자는 가차 없이 길들이려 덤빈다.




 동네 도서관 화장실이다. 손을 씻고 있었다. 여학생 두 명이 들어오면서  한 여학생이 다른 여학생에게 소리소리 지른다.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한 여학생은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 너 내가 빌려준 돈 다 값아! 빨리." 한 여학생 하는 짓은 마치 수억 빚쟁이한테 하는 짓거리이다. 한 여학생은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하면서  머리를 깊숙이 가슴 쪽으로 묻는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숨은 쉬는지 모르겠다.  순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쩌지 어쩌지?  몇 초가 흐른듯하다. 마침 소리 지르는 여학생이 소변을 보러 변기 있는 문으로 들어갔다. 들어간 여학생 가방을  매가리 없이 들고서 있는 여학생에게 가까이 가서  "왜 그래?  내가 도와줄 것이 있니?' 나도 숨을 죽이며  얘기했다."아니에요. 내가 잘 못해서 그래요.'" 그때  너 때문에 화가 났다는 듯 요란하게 문을 열고 소변을 본 여학생 나오자  머리를 숙인 여학생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것처럼  그 여학생 가방까지 들고 따라나간다.  미치겠다. 어휴. 그때 얼마를 빌렸냐고 물어볼 것. 뒷모습이 생각나서  집에 돌아와  며칠을 잠자리가 편치 않았다. 딸보다 어린 친구가 견디어할 학교생활이 마음이 아프고, 돈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치사스럽게 만드는지 내 머릿속 치사 팬티 같은 인연들이 줄줄이 따라 올라와서 더 힘들게 했다. 왜 없었겠는가! 63년 세월에 나를 길들이려 했던 인간들이.




 노년을 가늠할만한 증후들이 소소히 보이는 씁쓸해지는 저녁이다.  그 못된 여학생이 자연과 신께 외경심( 畏敬心)을 품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신께 빌어본다. 아직은 끼어들어 해결해주고 싶은 정면 승부의 마음을 현실에서 이루게 하소서!. 넘치지 않게 아픈 이들에게 힘이 되기를.






2020년 1월 7일  봄비처럼 축축이 비가 온다. 여전히 2020년이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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