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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람생각 Mar 07. 2020

인연 6

불현듯은  아닙니다.


 시간이 흘렀지만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생각나는 일이 있다. 결코 잊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는 것이고 풀 수 있다면 풀고 사는 것이 어쩌면 심플한 경지에 오르는 길이라 마음먹었다. 결혼할 때 혼수가 변변치 않아서 나이 50이 되도록 가슴에 멍이 든 C 씨. 시어머님 생일날 비싼 이불 한 채를 해드리고 밝아진 모습으로 속이 뻥 뚫렸다며 마음을 나눈 적이 있다. 아무리 풀고 싶어도 돌아가신 이들을 깨워서 풀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엉커 있는 생각 덩어리가 조금은 작아지고, 단순하게 편히 잠들며 맑은 기운으로 눈을 뜰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4년 전쯤 타로를 배우면서 많은 타로카드의 형형색색 아름다움에 놀라웠다.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타로카드도 각자가 선호하는 것이 다르다. 19금 타로카드를 좋아하는 Y씨도 있었고 몽환적인 그림을 좋아하던 G씨도 있었다.


왜 이런 것 있지 않는가! 단종되면 더  사야 할 것 같고 소장하고 싶어지는 마음. 한국에서 만든 그리스 신화 타로 카드 있었는데  이 카드가 좋아지려고 할 즈음 카드가 단종되었고,  중고도 알아보았지만 만만치 않았고, 아마존을 통해서 미국 버전도 구입했으나 크기도 크고 재질도 우리나라 것보다는 손에 착착 감기지 않았다.


그때 같이 공부하던 슈리 님이라는 분이 가지고 있던 한국 버전을 나에게 흔쾌히 주었다. 소중한 카드였고 박차를 가해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던 중 몇 년이 지나서 슈리 님이 전화가 왔다. 친언니가 "그 카드 어디 있냐"고묻는다는 말이었다. 다시 돌려 달라는 말인지 무슨 의도로 얘기하는지 물었어야 했는데 주었던 이도 받았던 나도 어색해서 멋쩍게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저렇게 한 일 년이 지났을까?  다행히도 새로운 버전으로 그리스 신화 카드가 나왔고 바로 구입해서 보내 주었다. 그래도 늘 마음이 찜찜한 것은 달라고 준 것은 아니었다고 믿었던 마음이다. 돌려주지 않았던 그때 그 카드를 볼 때마다 속이 불편하고 어수선했다. 정확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던 잠깐의 대화도 문득문득 생각났다. 슈리 님은 정확히 돌려달라고 말하기 힘들어 웃음으로 넘겼을 것이고 나 역시 돌려주고 싶지 않아서 헛웃음으로 더 이상 묻지 않았던 것이 정답에 가깝다. 때가 온 것 같다. 그분은 잊었을 수 있지만 내가 이렇게 마음이 쓰이고 생각이 나니 돌려 드려야  할 것 같다.



슈리 님께

열정적으로 공부하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때가 나에게는 청춘처럼 배우고 읽히는 귀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자료에 욕심을 냈던 모습이 생각나 부끄럽기도 하지만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었고 뚝 떨어져서 혼자서 공부하는 나에게는 지푸라기라고 잡는 것처럼 소중했습니다. 지나간 추억이지만 묻어두기에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기에 머릿속에 남아 있나 봅니다. 10년이 훌쩍 지나서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으나 감사한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던 그리스 신화 카드와 세피로트 타로와 스파이 얼 타로를 함께 보내드립니다. 타로카드 수집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길. 생각을 정리하다가 드는 생각이 불현듯은 아니기에.

2019년 07월 30일  날씨가 좋습니다.



2020년 3월 7일  맑음. 다시 읽어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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