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른이 된 소년

by 바보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저의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갑자기 아저씨가 되어버린 소년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 무엇에라도 의지하고 싶었다.

눈물로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끝끝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셨다.


낙심한 소년은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심히 시간은 흘렀다.

육신은 어른이지만 그 육신에 갇힌 영혼은 소년임을 세상 사람들이 알리 없었다. 세상에 내던져진 소년은 상처 투성이가 되며 어른 행세하는 법을 배웠다. 남들처럼 행동하고 남들처럼 말했다. 남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때마다 세상 사람들은 소년에게 상처를 주었다. 처음에는 상처입지 않으려 세상 사람들을 따라 했던 것이 어느새 소년의 말과 행동이 되었다. 하지만 소년의 불안한 눈빛만은 여전했다.


소년은 불안하고 공허한 눈빛이 자신과 똑 닮은 여자를 만났다. 둘은 서로의 온기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났고 딸이 태어났다. 소년은 가족이 생기자 웬일인지 용기가 생겼다. 용기가 생긴 소년의 눈빛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굳이 다른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지도 않았다.


아들과 딸은 유난히 겁이 많았다. 소년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소년은 아들과 딸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늘 너의 곁에 있을 것이다, 네가 두려울 때 아버지를 불러라. 아침이든, 밤이든, 광야에 있든, 골짜기에 있든 내가 너의 도움이 되겠노라 안심시켰다. 소년은 아들과 딸이 장성하기까지 사랑을 듬뿍 나누어 주었다. 소년의 사랑으로 아들과 딸은 건강하게 자랐고, 제 짝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났다. 소년의 온기가 되어주던 아내도 무지개다리를 건너 소년의 곁을 떠났다. 소년은 다시 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소년은 혼자여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눈빛은 온화했고, 마음은 따뜻했다. 이 세상을 두려워하고 또한 저주했던 소년은 아들과 딸, 그리고 아내를 만나게 해 준 이 세상을 가슴에 품고 어른이 되었다. 마침내 어른이 된 소년은 하늘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눈물로 기도해도 나타나지 않으셨던 하나님께서 그의 때에 나타나셨다.


소년은 마지막 숨을 들이마시고, 아름다운 세상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마지막 숨을 내뱉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나의 나 됨이 나의 주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사람이 무엇이관대 나를 이토록 아끼시며, 죄인중에 죄인인 저에게 이토록 영광스러운 삶을 허락하셨나이까. 주의 은혜로 말미암아 사랑하는 아내, 아들, 딸을 만나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았나이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나의 사랑하는 이들과 한평생을 살게 하옵시고, 다음 생이 없다 하여도 제가 분에 넘치게 누린 행복을 기억하며 무로 돌아가게 하소서. 제 아들과 딸이 두려움에 떨며 이 아비를 부를 때, 이 세상에 없을 제 대신 그들의 도움이 되어 주옵시고, 주께서 제게 보여주신 영광을 제 아들과 딸도 보게 되는 은혜를 간절히 구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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