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는 북한 식당이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캄보디아에도 있었다고 하는데 교민사회를 중심으로한 북한 식당 가지 말기 캠페인의 결과로 문을 닫았다고 한다. 현재는 중국, 러시아, 베트남에만 남아있다고 하니 어쩌면 북한 음식을 맛 볼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고,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조급해져서 북한 식당을 찾았다. 북한 식당의 존재야 수년 전 알았지만, 적군의 외화벌이에 일조하면 안 된다는 호국정신으로 치기 어린 호기심을 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조급함에 그만 힘이 풀려버렸다.
맛이야 뭐 별거 있겠나? 냉면은 슴슴하다는 표현이 찰떡인 바로 그 맛이었고, 만두는 명절에 먹던 그 맛이었다. 잉? 잠깐.. 명절에 먹던 만두 맛이 왜 여기서? 여긴 베트남인데? 여긴 북한 식당인데?
초등학생 시절 오뎅과 만두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우선 오뎅과 어묵은 다른 음식인 줄 알았는데 둘이 같은 음식이란 것을 알고 너무 깜짝 놀랐었다. 대전 친척집에 가서 어묵을 사 먹는데, 오뎅과 생긴 건 비슷한데 맛이 달랐다. 그래서 다른 음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오뎅은 일본식 표현이라 사용하면 안 되는 말이고, 어묵과 같은 거라 했다. 그럼 맛은 왜 다른지 물어보니, 어묵의 주 재료인 어류와 밀가루의 비율 가운데 어류의 비율이 부산이 높다 했다. 지금이야 유통이 좋아져서 어묵의 질이 상향 평준화되었지만, 초등학생 시절에 먹은 대전 어묵은 충격적으로 맛이 없었다.
두 번째, 집 만두와 밖에서 사 먹는 만두의 맛이 너무나 다른데, 그 이유가 늘 궁금했다.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은, 만두를 대량 생산해서 전국적으로 유통하기에 집 만두와는 다른 재료를 쓰는 거라 생각했었다. 냉동 만두야 대기업 맛이라 다르다면, 수많은 수제 만두집 가운데 하나쯤은 비슷한 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게 참 이상했다. 수제 만두라고 써놓고 사실은 대기업 냉동 만두를 쓰는 건가 의심했었다. 그런데 수십 년이 흘러 베트남의 북한 식당에서 우리 집 만두 맛을 보게 된 것이다.
미각에 각인된 기억이 얼마나 놀라운지, 수십 년 전 할머니 맛과 똑같음을 혀에 닿는 순간 알았다. 뇌의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었는지, 완전히 잊고 살았던 그 맛이 찰나의 순간에 떠올랐다. 친척들로 북적이던 수십 년 전 명절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할머니의 수제자가 이 식당에 취직했나? 그건 말이 안 되지.. 아! 할머니가 해주시던 만두가 북한식이었구나! 그래서 할머니 만두가 시중 맛과 그토록 달랐던 거로구나!'
그러고 보니 우리 할아버지는 '종간나 새끼'라는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하셨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 만두는 주먹만 했었다. 조그맣게 만들면 여러 번 만들어야 하니까 귀찮아서 주먹만 하게 만드는 줄 알았더니 뿌리가 북한에 있었구나.
통일돼서 북한에 가게 된다면, 첫 끼는 만둣국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