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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Jun 08. 2022

교육이 바뀌려면 평가부터 바뀌어야 한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해당하는 것이 교육과정이고, 실제 배움이 일어나는 과정이 수업이며, 수업을 통해 얼마나 학습이 이루어졌는지 진단해서 그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것 까지가 공교육의 일련의 과정이다. 그리고 공교육에 변화를 원한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이 평가다. 왜냐하면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 바뀌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기 때문이다. '학력고사 세대'나 '수능 세대'라 표현하는 것만 봐도 평가방식으로 교육과정 일련의 과정을 통칭하고 있지 않나. 그러니 교육이 변화하기 위해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함을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하려 한다.  


평가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초, 중, 고, 대학으로 연계되지 않는 평가 형태와 애매모호한 평가 결과가 그것이다.


1. 초, 중학교 교육/ 고등학교 교육이 따로 놀고 있다.

 수학능력시험은 전국단위 평가이고 줄 세우기 평가이다. 수능성적이 높아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우선권을 갖는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은 수능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다. 전국 석차가 몇 등인지를 따지다가 과목별 등급으로 바뀌었지만, 결국은 같은 맥락이다.

 교육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다.  경쟁을 부추기며 아이들을 불행에 빠트리는 모든 평가는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것이다. 적어도 초등학생 때는 공부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꿈을 펼치게 지켜주자며 초등학교에서의 평가가 교사별 상시평가의 형태로 바뀌었고, 잇따라 중학교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중학교 1학년은 통으로 평가가 사라졌다. 그리고 2, 3학년의 평가도 초등학교의 상시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바뀌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우니 일단 좋긴 하지만, 여러 가지 의문이 쌓인다.

 '좋기는 한데, 결국 고등학교에 가야 하고 수능시험도 봐야 할 텐데..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있는 실력이 되는 걸까? 어떤 과목,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까? 잘하고 있는 걸까? 아닐까?'   


2. 성적표를 봐도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가지고 온 애매모호한 성적표를 요리조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잘하고 있는지 어떤 건지 모르겠어서 불안하기만 하다. 좋은 말이 잔뜩 쓰여있긴 한데, 우리 아이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거의 마찬가지다. 이제 곧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데도 여전히 우리 아이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 된다. 천재인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인 것 같기도 하다... 불안한 마음에 담임선생님에게 전화해서 상담을 해보기도 한다. 중상위권이란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중상위권이란다. 또 시간은 흘러 D-day는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불안함은 고조되기만 할 뿐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는 객관적인 평가가 없으니 학원에서의 평가 결과에 더욱 주목한다. 학원 자체 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등록할 수 있는 학원도 있고, 일단 등록은 할 수 있으나 학원 내 월말 평가를 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면학 분위기가 좋은 공부 잘하는 반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학원도 있다. 아무나 받아주는 학원보다 이렇게 도도한 학원에 더 사람들이 몰린다. 거기라도 보내볼까 싶다가도, 괜히 입학시험에서 떨어져서 등록도 못하게 된다면 아이가 자존감만 떨어질 수 있으니 섣불리 도전하기가 망설여진다. 게다가 경쟁으로 몰아넣는 나쁜 부모가 되는 것 같아서 뭔가 석연찮다.



자 이제 문제가 무엇인지 확인했다면, 원인과 해결 방안을 탐색해보자.

 

1. 초, 중학교 교육/ 고등학교 교육은 왜 따로 놀게 되었나?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하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평가는 전체 교육에서의 한 부분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다시 말해, 12년간의 교육은 초, 중, 고 과정을 마무리하는 수학능력시험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수능이라는 최종 평가 방식은 고정되어 있는데 혁신교육이라는 새로운 기조를 무리하게 적용시키려는 지난 십여 년간의 시도로 뒤엉켜버렸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셋 중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혁신교육의 정신에 맞게 수학능력시험을 교사별 상시평가의 형태로 치르는 방법이다. 명칭이야 대학별 상시평가, 교수별 상시평가, 학부별 개별화 평가 등 만들기 나름일 테고. 대학 시험도 상시평가의 형태라면 초, 중, 고 학생들은 학교 공부와 별개로 수능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현재의 모순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둘째, 수능에 맞게 교사별 상시평가를 변형하는 방법이다. (지금이야 변질되어 원래의 취지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수능은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학력고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제도로서, 단편적 지식이 아닌 대학에서의 학문을 익힐 준비 정도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고안된 시험방식이다. 이를 초, 중, 고에도 적용해서 주기적으로 아이들의 학습 준비 정도를 평가하는 방식을 시도할 수 있다. 그 형태야 단원평가 형태일 수도 있고, 학기초 진단평가의 형태일 수도 있을 것이며, AI를 활용한 평가일 수도 있겠다.  

 셋째, 수능도 교사별 상시평가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시험으로 통일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수능은 1993년에 시행되었고, 상시평가도 생긴 지 12년이 되었다. 둘 다 케케묵은 평가 방식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평가도 새로워져야 한다. 교육계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평가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기에 더 늦기 전에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논의를 시작해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제화되고 제도화되려면 한 세월이 걸릴 테니 말이다. 이미 삐걱거리는데 계속 미루다가 폭삭 무너질지 모른다.


2. 성적표를 봐도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블룸의 학습 위계라는 교육계의 상식적인 이론이 있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억,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작의 6단계를 모두 클리어하면 완전학습이라는 이론이다. 일제식 평가는 기억과 이해에 치중한 평가라는 비판으로 상시평가가 탄생했기에 자연스럽게 적용, 분석, 평가, 창작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설계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과 이해를 묻는 단답형, 사지선다 형태의 문제는 죄악시되며 사라지게 되었다.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당신은 초등학교 4학년을 맡은 담임교사이고 이번에 배운 세 자릿수의 곱셈과 나눗셈 시험문제를 출제하려 한다. 세 자릿수의 곱셈과 나눗셈의 개념과 풀이 방법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이해해서 이 개념을 적용한 뒤 분석하고 평가해서 새로운 해법을 창조할 수 있는 우수한 아이도 있겠지만(진짜 있을까? 어딘가에는 있겠지?) 이제 겨우 이해할까 말까 한 친구들이 수두룩하고 구구단을 못 외우는 아이도 간간이 섞여있다. 단편적인 이해를 묻는 문제는 안된다. 고등 사고능력을 묻는 논술형 문제나 포트폴리오형 문제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해야 한다. 과연 어떤 문제를 낼 수 있겠는가? 논술형 문제다 보니 문제 자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아이들에게 낼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일까?

 문제의 형태 자체가 아이들에게 부담이니 문제의 내용이라도 쉽게 출제할 수밖에 없다. 교사별 시험이니 각자 달라야 하기에 교사들이 협동할 수도 없고, 상시평가이니 수시로 평가지를 만들고 채점하고 확인하고 피드백하기를 1년 내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당신의 수학적 사고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를 내보겠다. 당신은 과목별, 영역별, 학생 별로 평가를 해줘야 하는데 10개의 과목이 있고, 과목별로 5개의 영역이 있으며, 학생은 30명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몇 개의 평가 항목을 검토해야 할까?


 정답은 1500개이다. 게다가 그 1500가지의 관찰 결과를 서로 다르게 써줘야 한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쓰면 안 되냐고? 안된다. 판단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적용, 분석, 평가, 창작 등의 고차원적이고 종합적 사고력을 묻는 서술형, 논술형 평가 결과를 근거해서 기록해줘야 한다. 특히 부정적인 의견을 쓸 때에는 학생이나 학부모가 부정적인 의견의 근거를 물었을 때 명쾌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생활기록부가 왜 좋은 말 잔치인지 이제 이해되는가? 한쪽 진영은 기억과 이해가 중요하다 소리치고, 다른 한쪽은 적용, 분석, 평가, 창작을 외치며 싸우니, 교사들은 이들 사이에서 등이 터진다.  


결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로운 교육을 원한다면 수능도 교사별 상시평가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평가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방향은 기억,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창작을 골고루 다루는 형태면 좋겠다. 창의성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도 기억과 이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일제식 평가는 아니되,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교사들의 등을 터트리는 상시평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학생의 실력을 확실히 진단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스스로 알아야 공부를 더해야 할지 충분한지 알게 아닌가. 끝으로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학생의 소질도 더불어 파악할 수 있는 평가라면 참 좋겠다. 해리포터의 마법 모자가 알려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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