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선생님은 현대에 와서 그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니 호랑이 선생님 이야기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라 하겠다. 만약 오늘날의 학교에 다시 호랑이 선생님이 나타난다면 여러 가지 고초를 겪고 혼비백산하여 쫓겨날게 분명하기에 호랑이 선생님의 멸종은 어쩌면 순리이며 섭리일지 모르겠다.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더 글로리의 문동은을 연기한 송혜교가 대상을 수상했다. 더 글로리에서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시는 호랑이 선생님은 그 흔적도 없다. 극 중 교사들은 하나같이 학교폭력을 방관하고 때로는 가해자와 협력하고 더러는 주도적으로 조장하고 은폐한다. 오늘날 교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이러하다.
극 중 문동은은 초등학교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박연진에게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모두 안다. 그것이 말도 안 되는 판타지라는 사실을. 오늘날의 교사는 아무런 힘이 없다. 이빨 빠진 호랑이다. 아니 호랑이도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허수아비다.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아이를 훈계하듯이 나무랐을 때 강압적인 느낌을 받았다 진술하면 정서적 학대가 된다. 친구들이 있을 때 훈계를 하면 모욕감을 느낄 수 있어 학대이고, 그렇다고 따로 부르면 낙인효과를 야기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정서적 학대라 한다. 아무 말도 못 하니 차라리 친구를 때리지 못하게 두 팔만 꽉 붙들고 있으면 될까? 어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아이 팔을 세게 붙잡아서 팔에 멍자국이 났다며 아동학대로 경찰신고를 당했다니 이 또한 정답은 아니다. 그러니 허수아비라는 말이 결코 비약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교권추락과 관련된 두 건의 뉴스가 보도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학생에게 맞았다. 그런데 처음이 아니란다. 전에도 맞았는데 또 맞았단다. 한 대만 맞은 게 아니란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수십대를 맞았단다. 코피가 나고 입안이 찢어지는 등 전치 3주 진단을 받을 정도로 폭행을 당했단다. 반복적으로 친구를 때리고 괴롭히던 그 아이를 타이르고 말리면 "나를 기분 나쁘게 하면 아동학대다. 그러니 또 기분 나쁘게 하면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하니, 누구에게 배웠는지 몰라도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교사는 아무런 힘이 없는 허수아비라는 사실을.
또 다른 뉴스는 더없이 참담한 뉴스였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는 학폭 가해자 학부모로부터 시달림 때문에 학교에서 생을 달리하는 선택을 했다는 뉴스였다. 그 사람이 되지 않고서야 그 마음을 다 안다 할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지 같은 교사로서 전혀 모르지 않기에 더욱 슬프고 참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