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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승리법이 당신에게 필요한 이유

by 바보

오늘도 엄청나게 휘몰아쳤다. 고객의 악성 컴플레인에 우아하게 대처해야 했고, 부하직원은 윗선에서 결정된 인사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거침없이 퍼붓는 하극상을 시전 했으며(그의 입장에선 친형에게 말하듯 격의 없이 불편을 토로했으며), 상사는 아랫사람 단도리를 좀 더 스무스하게 할 수 없냐는 무신경한 힐책의 돌팔매질을 했다. ~고, ~며 를 사용해 (어색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갖다 붙일 수 있는 문장의 수가 3개이기에 이 정도로 그치지만 실은 억울하면서 황당하기까지 한 무수한 일이 오늘도 많았다.


악성 컴플레인: '손님은 왕이다.'가 진리로 통용되는 나라에서 오래오래 살다 보니 그것만이 진리인 듯 행세하는 고객들이 많다. 물건을 생산하는 회사라면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고 싶고, 서비스직이라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야 인지상정 아닌가. 그러나 완전무결한 물건이란 하늘 아래 없으며, 모든 고객의 요구는 그 수만큼 각양각색이라 모두를 충족할 수는 없음은 필연이다. 거기에 자본가의 이윤추구 압력과 과중한 업무량으로 컴플레인의 구실을 제공하게 된다. 컴플레인에 감정적으로 대처했다가는 큰 화를 면치 못한다. 그러니 감정을 결박하고 나는 '아무렇지 않다, 나는 나에게 상처를 허락하지 않는다' 등의 주문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참고 또 참으며 나이스하게 대해야 한다.


하극상: 길고 험난한 여행을 함께 가보면 이 사람이 결혼해도 괜찮은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나는 법. 오늘의 하극상도 결국 그 친구의 모습일 게다. 평상시에는 부하직원들이 하나같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매너를 보여주지만 (꼭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다음번에..)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일이 생기면 반응이 제각각이다. 대부분은 약간의 서운함을 표현하는 정도로 그치지만 가끔은 격한 온도차에 상대를 쫄게 만드는 이들도 있다. 예상치 못한 격한 반응에 눈동자가 흔들린다. 티를 안 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무신경한 힐책: 그냥 툭 던지는 말에 개구리는 죽는다. 따져봐야 예민보스로 찍힐 뿐이니 털어내는 것이 상책이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힘들게 하는 이들을 매번 정면으로 받아친다면 사회생활은 할 수 없다. 특히 나 같은 소심쟁이에게는 참지 말고 맞서 싸워야 더 나은 세상이 온다는 허울 좋은 논리야말로 큰 부담이다. 차라리 참고 말지 매번 정면대응하는 건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그렇다고 매번 참는 것도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을 테다. 참으면 감정의 노폐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쌓여서 썩고 곪아 병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정신승리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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