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쿠칭~~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고향이란 그리 큰 의미가 있는 단어가 아니었는데 쿠칭 생활 2년 만에 왜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는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큰 설렘을 안고 탑승한 쿠칭행 비행기 안에서부터 선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눠주는 쿠칭 사람들의 특유의 친절함을 느끼며 1시간 여의 짧은 비행을 마쳐 도착한 나의 마음의 고향, 쿠칭. 가족만큼이나 나와 내 자녀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었던 친언니 같은 ‘Edwina’가 밝은 미소로 입국장에서 나를 맞아주었다.
나를 보자마자 먹고 싶었던 게 뭐냐며 묻는 친구~~방금 전까지 눈물을 훔쳤던 게 부끄럽게도 필자와 아들은 숨쉴틈 없이 메뉴 이름을 쏟아내었다. ‘사라왁 락사, 나시르막, 창코마니스, 삼발 소통, 프레시 미딘’~~~블라블라블라~~ 역시 먹거리 천국 쿠칭~~ 여행 또는 자녀의 국제학교 입학 등을 목적으로 쿠칭을 방문할 사람이라면 꼭 먹어봐야 하는 쿠칭의 음식들을 추억 속에서 꺼내봅니다.
창코마니스 고렝(cankuk manis goreng) - 사라왁에서만 난다는 철분이 높은 야채에 달걀을 넣어 볶은 전채로 밥이나 국수에 비벼 먹기 좋다. 나물이나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젓가락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야채볶음~~~ ( 기름을 넣어 볶거나 튀긴 음식엔 '고렝'이란 단어가 붙는다.)
미딘 블라창(midin belacan) - 열대우림에서만 자라는 생고사리를 블라창 소스( 쉬림프 페이스트 베이스 소스)에 볶아낸 요리이다. 미딘을 다양한 양념에 볶거나 생고사리를 살짝 데쳐 샐러드 소스와 곁들여 먹기도 한다.
콜로미 메라(kolo mee merah) - 사라왁의 대표 드라이 누들로 국물이 없는 것이 특징이며 돼지고기 바비큐를 얹어 먹는다. 일반 콜로미보다 빨간색 바베큐 소스로 버무린 콜로미 메라가 더 매력적이다.
푸차오 레드와인 미수아( Foochow red wine mee sua) - 중국 푸저우 지역의 사람들이 이민 와 사라왁에 정착해 지내며 고향을 떠올리며 만들어먹던 음식으로 우리나라 소면보다 더 얇고 부드러운 면인 미수아와 레드와인과 치킨을 넣어 푹 삶은 육수가 일품이다.
다약족의 돼지 얼굴, 귀 바비큐 ( kepala babi, telinga babi) - 말레이시아 다수의 국민은 무슬림이지만 사라왁 지역은 가톨릭과 개신교 인구가 말레이시아 내에서도 가장 많은 지역으로 돼지고기 음식이 많기로 유명하다. 사라왁 지역의 소수 부족 다약족은 돼지의 고기뿐만 아니라 얼굴, 귀 등 다양한 부산물까지 바베큐 해 먹는 전통이 있고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곱창은 우리나라가 더 맛있게 조리하지만 돼지 얼굴과 귀 바비큐는 어디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 훌륭한 음식이다.
돼지국수 ( pork noodle soup) - 중국 사람들이 이주해 남긴 전통음식으로 돼지고기 우려낸 육수와 쌀면을 함께 먹는 것이 특징이다. 매콤한 칠리소스를 곁들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누구나 사랑할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