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

by kmsnghwn

1. '송강호'라는 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캐릭터는 과하지 않고 어딘가 정겹습니다. 그래서 불편한 부분없이 편안하게 극에 몰입하게 됩니다.
2. 전면에 내세우는 캐릭터가 '김만섭'이라는 인물이다보니 송강호의 열연이 돋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등장하는 배우들 대부분 역시 호연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도 최귀화 배우의 연기가 인상 깊었어요. 다채로운 얼굴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3. 알려진 바와 같이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입니다. 고증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와 같은 속사정에 대해 고심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했던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4. 택시라는 소재로 역사적인 비극을 재조명한 부분이 특히 새로웠습니다. 만섭이 이끄는 택시를 타고, 한바탕 전쟁같던 80년의 광주를 들렀다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랄까요. 이런 전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피해자나 가해자 같은 사건의 직접적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관객이 이야기에 동조하기에 조금 더 효과적인 전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5. 만섭의 감정선은 지극히 소시민적인 감정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어떤 사상, 계급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로 인간적인 감정의 흐름 그 자체를 지닌 인물입니다. 이것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뻔한 감정선이라는 점에서 다소 지루하기도 합니다.
6. 토마스 크레치만이 연기한 피터는 개인적으로 아쉬었습니다. 감정선이 그렇게 풍부한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실제 간담회에서도 다소 평면적이지 않았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됩니다.
7. 그날의 사건은 분명히 비극이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무겁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밝은 일상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요.
8. 그러나 그 일상이 광주에서만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일상이었을, 평화로운 거리가 광주에서는 허락되지 않는 셈이죠.
9. 광주 밖의 지역은 정말로 아무일 없듯 평화롭다보니. 영화에서 묘사되는 광주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집니다. 광주방향으로 텅 빈 도로. 최루탄이 날아드는 거리. 사상자로 가득한 병원. 이런 광주와 광주 밖의 지역 간의 풍경 차를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10.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제 이야기를 알고 영화를 보면 조금 더 깊게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영화의 도중에 'Hope'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그것이 결국 이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예고편에서도 나오는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는 개인적으로 상반기에 손꼽히는 대사라 생각합니다. 송강호는 직업적, 인간적 도리가 중첩된 대사로 이를 설명했는데.. 여러모로 곱씹어보게 되는 대사입니다.


*커버이미지 출처-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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