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디 맥베스>

by kmsnghwn

1. 개인적으로는 제가 올 상반기에 본 영화 중에서 손에 꼽을 만한 영화였습니다.
2. 플롯은 단순하지만,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여러 장치들이 놀랍습니다.
3. 감독인 윌리엄 올드로이드가 박찬욱 감독의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화면의 구도나 질감에 영화 <아가씨>의 느낌이 어느 정도 묻어있었습니다.
4. 주인공 캐서린 역을 맡은 플로렌스 퓨의 연기가 특히 독보적이었습니다. 표정의 변화가 크거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는데, 그럼에도 그녀의 감정과 분위기가 온전히 다가오는 게 놀랍습니다. 신예 배우라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에요.
5. 음악이 극도로 절제돼 있습니다. 문을 여닫는 소리,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 손톱을 뜯는 소리,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 일상의 잡음들이 그래서 더 크게 들립니다. 이것이 극의 긴장감을 배가시켰다고 생각해요.
6.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 보이는 작품입니다. 계급, 인종, 성별 등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된 복합적인 시대 문제가 개입돼 있어 생각할 거리가 많습니다. 작품 내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인간 본성의 욕망과도 결부시켜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7.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지금의 결말이 캐서린이라는 인물에 걸맞는 결말이지 않았나 싶어요.
8. 영화에선 유사한 장면이 반복되고, 공간의 변화가 많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적은 공간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권태로움이, 영화적으로는 오히려 캐서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좋은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9. 할리우드 리포터는 "모든 금기사항의 집합체"라고 영화를 평했는데, 그 말 그대로입니다. 이 영화엔 수많은 금기들이 등장하죠. 그러나 이 영화를 좀 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도대체 '왜' 그런 금기를 저질렀는가에 집중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영화를 조금 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10. 깨어나면 또다시 권태가 찾아온다. 그걸 견디느니 차라리 목을 매고 죽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이다. - 소설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 中


*이미지 출처 - Daum 영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화 <지니어스> 관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