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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과 성정체성

정상과 비정상에 관한 단상

by kmsnghwn

대학신문에 실린 어느 교수님의 글을 우연히 읽었다. 그 글은 왼손잡이에 대한 글인 듯 보였지만, 꼭 그 얘기만은 아니었다. “성정체성은 ‘교정’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 성소수자들이 한국사회에서 쉽게 마주치는 편견과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본인의 성정체성을 ‘교정’하지 않는지 생각해보라.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본인의 눈이 아니라 이해 당사자의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자.” 그러니까 이 글은 왼손잡이라는, 이제는 과거에 비해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과거부터 부정되어 온 한 정체성의 이야기를 빌려다가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매끄럽게 논의를 확장시킨 셈이다.
대개의 경우, 정상과 비정상은 자의적 기준에 의해 나누어진다.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정상’의 범주에 비정상을 편입하고 싶어한다.

영화 <가위손>에서 사람들은 가위손을 고쳐 ‘정상’으로 만들어 보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가위손의 입장에서 가위모양의 손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교정 불가능한 정체성이다. 결국 가위손을 교정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있는 그대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소수자에게 잔인하고 무감각해질 수 있는 지 <가위손>은 잘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정상이란, 비정상의 반대 표현이 아닌 ‘타인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그 자체에 있진 않을까 생각해 본다.



* 본문에서 언급했던, 어느 대학교수님의 글

http://m.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7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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