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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na be your hero

Family of the Year - Hero

by kmsnghwn
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
I don`t wanna be a big man
Just wanna fight with everyone else
Your masquerade
I don`t wanna be a part of your parade
Everyone deserves a chance to
Walk with everyone else

-Family of the Year, Hero 중.

https://youtu.be/mHeK0Cwr9sg

Family of the year-Hero 공식 MV


저는 아이언 맨이니, 스파이더맨이니 나오는 이른바 '히어로 무비'를 좋아했습니다. 그들은 '쿨'하고 멋진 사람의 대명사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놀란 김독의 <다크나이트>를 봤을 때였죠. 다른 히어로와 달리 배트맨은 고담시에서 히어로 대접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대접은 커녕, 범죄자 혹은 법을 어지럽히는 악인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았죠. 이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히어로'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말이죠.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에게 칭송받는 이가 히어로라면, 배트맨 같은 이는 히어로가 아니니까요.

<다크나이트>, 크리스토퍼 놀란 - Naver영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히어로는 사실 '누군가의 기대를 짊어진 사람'이라고요. 사토 신스케 감독의 <아이 엠 어 히어로>는 제목 그 자체에 '히어로'가 명시 돼 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인 히데오는 그 우유부단함과 무른 성격을 극복하고, 점차 좀비사냥꾼으로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히어로같은 존재가 되죠. 히데오는 여타 다른 영웅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좀비를 무찔러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른바 찌질이였던 히데오가 점차 히어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게 되죠.

<아이 엠 어 히어로>, 사토 신스케 - Naver영화

마찬가지로 재난 속에서의 소방관과 경찰, 터널 속 전복된 버스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어른들 역시 히어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해결해주기를 기대했거나, 그들의 대처를 보고 점차 기대하게 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히어로가 존재하는 세상은 얼핏 훈훈해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히어로'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싶을 때조차, 혹은 그렇게 할 수 없을 때조차 사람들의 기대어린 시선 때문에 어떻게든 해내야만 하거든요. 해내지 못하면 사람들은 '실망'을 합니다. 그리고 실망에 찬 사람들을 보는 것은 본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지름길이죠. '나는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그럼 그렇지 나따위가 어떻게' 같은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Family of the year의 Hero는 상당히 파격적인 노래입니다. Hero는 "Let me go. I don`t wanna be your hero"라는 가사로 시작합니다. 이 말은 곧, "나는 이제 너의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아. 그러니 나에게 더이상 멋대로 기대하지마"라는 뜻이죠. 그러니 가사가 얼마나 파격적인가요. 그동안 히어로를 양산해냈던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기대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로 상대를 히어로로 몰아 옭아매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상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히어로는 기대로 만들어져서 기대로 파괴되는 셈입니다.

진정한 히어로가 되고 싶다면, 누군가의 기대가 아닌 스스로의 기대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먼저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이상 타인의 눈에 스스로를 맞추려 애쓰지 마세요. 더 이상 타인에게 기대를 투영하지도 마세요. 당신의 진정한 히어로는 바로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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