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엄마를 부탁'한다니. 마치 "너 엄마한테 잘 하고 있어? 엄마 잘 좀 부탁해"하고 혼난 것만 같은 기분이다. 나는 엄마를 어떻게 대해 왔을까 생각해봤다. 엄마는 늘 척척 모든 일을 해내시고는, 알뜰살뜰 가정을 꾸려오셨다. 엄마는, 적어도 나에게는 어떤 전지전능한 영웅이었다. 아직도 나는 원더우먼하면 엄마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엄마도 그저 한 명의 여성임을 알게 됐다. 사소한 것으로도 섭섭함을 느끼고, 어려워 하는 일도 많은 그런 지극히 평범한 사람.
이제와 생각해보면, 나는 원더우먼 같은 영웅으로 엄마를 이미지화해 그곳에 한 여성을 가두어 놓았던 건 아니었을까. 엄마가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한 명의 여성으로서 엄마는 과연 행복했을까.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지금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엄마를 분명히 더 이상 영웅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한 명의 사람으로 엄마를 대하고 싶다. 어려워 하는 일은 같이 하고, 모르는 것은 서로 배우고, 섭섭해하지 않도록 챙겨주고 신경 써주는 그런 사이로 지내고 싶다.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라는 구절로 시작한다. 이는 엄마가 실제로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역할'이 사라졌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엄마의 역할이 사라진 후에 가족은 큰 혼란에 빠진다. '엄마의 역할'은 생각보다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엄마가 더이상 엄마의 역할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엄마를 다른 누군가로부터 부탁받는 건 이제 사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