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누구에게나 신은 있습니다. 신을 하나의 믿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종교의 여부와는 관계가 없죠. 신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도깨비 같은 절대자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도깨비>는 로코 장르의 드라마지만 신적 존재인 도깨비의 말을 빌려 우라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캐나다 아이의 에피소드가 인상깊었는데요.
한 캐나다의 가정집. 도깨비는 그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이어 한 아이가 문 밖을 뛰쳐나옵니다. 아이는 폭행을 당한 듯 얼굴에 멍이 들어 있습니다. 도깨비는 그 앞을 막아서죠. 그리곤 말합니다. 지금 나가게 되면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그러곤 도깨비는 사라집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백발 노인이 되어 저승으로 갑니다. 아이는 의사가 돼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도깨비가 다시 찾아오죠. 그러곤 그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보통의 사람은 그 기적의 순간에 멈춰서서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하지.
당신이 있는 걸 다 안다고.
마치 기적을 맡겨놓은 것처럼.
그대의 삶은 그대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대의 삶을 항상 응원했다.
도깨비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도록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넌지시 집을 나온다는 선택의 위험을 알려주었죠. 그 시간은 분명 아이에게 기적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도깨비가 다녀간 이후의 시간들은, 모두 아이의 결정이었습니다. 아이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가 된 것도 부단히 노력한 아이의 선택이었습니다. 결국 아이의 인생을 바꾼 것은 본인이라고 볼 수 있죠.
우리들 모두 신을 바라는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신이 나타나는 기적이 눈앞에 펼쳐지더라도, 이후의 시간을 계속 헤쳐나가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입니다. 도깨비는 아마도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신을 믿는 것과는 별개로, 그대 삶의 주인은 신이 아닌 바로 그대" 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