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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보 Jun 15. 2023

이승 길

초목

가다가 오는 길은 너무 먼 게 아닐는지

새벽에 새가 울고

대낮에 쥐가 우는 건

이승과 저승이 뒤바뀐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


그리움은 배가 되어

사무친 마음 알 수 없게 한다

흔들리는 바람이 나의 생애를 뒤돌아 보게 한다


가는 길은 너무 멀다

돌아오는 길도 멀다

꽉 막힌 체증의 삶 속에 밟은 것은 길도 아니요 땅도 아니다

나는 생애 전반의 고통에 갈 곳을 잃고

시멘트에서 헤엄치는 멍청한 꼴을 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은 너무 멀다

가야 할 길도 너무 멀다

숨통이 끊이는 것이 삶의 오직 목표라면

이 먼 길의 제자리걸음은 누가 알아줄는지


계속 밟을 수 있는 게 오직 내 발이라면,

멈출 수 없는 걸음이라면,

나는 어디까지 아파 작아지는 것인지

모두가 생의 길을 걸어갈 때

나는 제자리에서 점점 작아져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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