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니 쓰고싶어 졌다(2)
온라인 공간에 글쓰기
신혼 초에 남편이 한창 카카오스토리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다. 그날 방문한 장소, 먹은 음식 사진 등을 올리면 사람들이 그 밑에 댓글을 달았다. 지금의 인스타그램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어느 날 남편이 회사 사람들과 서울의 한 와인 바에 간 사진을 올렸다. 딱 봐도 안주로 나온 음식들이 비싸 보였고 분위기도 어두 컴컴하니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그 밑에 댓글이 하나 달렸다.
‘야! 너희들만 거기 가냐? 나도 좀 데려가라!’
가족 중 한 명으로 보였다.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그렇게 간 곳, 먹은 것 좀 사진으로 올리지 좀 마! 그러니 이런 댓글이 달리지. 왜 사생활을 만천하에 다 공개해?”
그때 남편의 한 마디가 내 마음속에 콕하고 박혔다.
“이건 ‘공개’가 아니라 ‘공유’하는 거야.”
난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는 행위를 ‘공개’라며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남편은 ‘공유’라는 긍정적으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는 전 국민이 사용한다는 카카오톡 외에는 어떤 SNS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 교수님께서 과제를 페이스북으로 제출하라 하셔서 계정을 만든 적은 있지만 그걸로 끝이다. 다른 소통 창구로 활용하지 않았고 그대로 내 계정은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게 내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클럽하우스……
남들은 다 한다는 그것,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다가도 망설여졌다. 우선 나에 대한 정보가 만천하에 공개되는 게 무서웠다. 내가 한 말, 내가 올린 사진들이 나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이상한 곳에 쓰일까 봐. 그리고 이런 SNS는 주로 과시용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기사에서 페이스북의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위험하고 자극적인 행동으로 죽은 남자 이야기도 떠올랐다.
기록이 무기가 되는 세상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연 난 이 시대를 발맞춰 잘 살아가고 있는 건가?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인류) 이긴 하지만 잘 활용하고 있나?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면서 나는 이 정보들을 소비할 생각만 했지 한 번도 생산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득 나도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없던 것을 창조하는 사람 말이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켜는 즉시 모든 정보가 일거수일투족 기록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정보는 빅데이터가 되어 많은 기업들이 이 정보를 활용해 돈을 번다. 나도 '기록'을 통해 정보들을 생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내 생각이 ‘공개’에서 ‘공유’로 바뀌게 된 계기다.
첫 시작은 블로그다. 블로그에 하노이 생활, 여행지, 먹은 음식 사진, 내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 평소 내 생각들을 글로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많지는 않지만 하나둘씩 이웃들이 늘었고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신기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내 정보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이. 하지만 몇 개월 운영하다 보니 한계점이 발견됐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가끔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답방은 필수인 거 아시죠?’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런 사람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면 단기간에 돈 몇 천만 원 버는 방법, 분양사무실 홍보, 회생신청 전문 변호사 등 자기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지 내 글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였나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블로그는 광고를 가장한 글이 많았고 물건을 판매하는 블로그가 인가가 많았다. 내가 운영한 ‘책’ 이 중심이 되는 블로그는 다른 아이템보다 눈에 띄지 않았다.
다음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서 책에 대한 정보와 내 일상 사진을 공유했다. 책 리뷰 글을 올리니 책에 관심 있는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읽은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나도 인친들로부터 책에 대한 정보를 받았다. 한국에 있어 보지 못했던 지인들과 소통의 창구로 사용되어 우리 사이의 공간적 거리감이 훨씬 줄어들었다. 쉽고 간편하고 하나의 피드를 작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반응도 즉각적이라 재밌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중심의 SNS이기 때문에 긴 글을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브런치와 만나다
다음으로 만난 '브런치'. 난 그렇게 ‘브런치’를 만났다. ‘브런치’라는 글쓰기 어플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는 글을 써서 합격한 사람만이 글 쓰는 자격이 주어진다. 다시 또 소비자의 역할만은 하기 싫어 관심이 떨어질 찰나에 인스타그램에서 만난 인친 한 분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인친님도 한 번 도전해 보시죠?’라는 댓글을 달았다. ‘나도 해볼까? 이거 떨어졌다고 내 인생에 큰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한 번 보내보자’란 생각으로 작가에 지원했다.
글은 내가 블로그에 20편 정도 써놓은 글이 있어 블로그 주소를 첨부했다. ‘처음부터 합격하기 힘들다’, ‘합격 기준을 잘 모르겠다’ 란 소리를 들어 지원한 걸 잊어버리자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마음과는 반대로 나는 매 시간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었다. ‘한 번만 더 확인해보자’란 생각으로 이메일에 들어가니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메일에 어리둥절했다. 제목을 읽고 또 읽었다. 분명히 합격 메일이었다. ‘내가 정말 여기에 글 쓸 자격이 있나?’, ‘여기는 이미 작가로 활동하고 계신 대단한 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내가 감히?’ 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묵묵히 빈 공간을 나만의 생각으로 채워나갔다.
어느덧 나는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 기간 동안 내 글이 브런치 인기글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여러 댓글들도 받아보았다. 쓴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진 않지만 ‘공감 간다’, ‘나도 그랬어요’, ‘제 마음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와 같은 댓글을 보면 힘이 났다. 앞으로도 내가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다짐했던 3가지, ‘누구나 술술 읽을 수 있게 쉽게 쓸 것’, ‘진솔하게 나 자신을 드러낼 것’, ‘공감 가는 글을 쓸 것’을 염두하고 글을 쓸 것이다.
책 한 권도 읽지 않던 내가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기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내 눈에 띄지 않았다면 난 여기에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글을 쓰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 읽고 쓰는 행위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를 의지하며 지금 내 존재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 평생 나는 그렇게, 읽고 쓰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