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만난 건 순전히 어떤 작가분 덕분이다. 그분이 쓴 책을 우연히 <밀리의 서재>에서 읽고 내 생각과 느낌을 인스타에 남겼다. 작가님께서 작가님 책 관련 내 글을 포스트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지금은 서로 일상적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고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인친 님 중의 한 분이다. 어느 날 그 작가분께서 ‘‘제가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인친님도 한 번 도전해보시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며칠을 그냥 흘려보냈다. ‘무슨 내가 작가가 되나. 그거는 정말 글 잘 쓰는 사람들만 된다던데 내가 어찌 되겠어?’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 대부분을 지배했다.
며칠이 더 흘렀다. 오랫동안 안 한 과제를 책상 한구석에 처박아 놓고 계속 생각하듯 브런치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문득 ‘떨어져도 내 인생에 아무런 문제없잖아. 도전이라도 해보자’로 내 생각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귀차니스트인 내가 이렇게 갑작스레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작가 신청 절차가 생각보다 간단했기 때문이다. (복잡했으면 신청 안 했을 듯) 이미 써놓은 글이 있어 신청서를 작성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작가 신청을 한 다음날 떨리는 마음으로 메일을 확인했다. ‘안 된다’에 80%를 걸었다. 실패해도 실망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의 안전지대를 만들어 논 셈이다. 메일 목록 맨 윗 칸에 이런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거 진짜 나한테 제대로 온 게 맞나? 기쁘면서도 어리둥절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우연히 지나가는 ‘브런치’라는 기차에 올라탔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체.
좋은 일이기에 합격한 메일을 캡처해 인스타에 올리고 카톡 프로필에도 당당히 ‘브런치 작가- 오늘도 자라는 알라 씨’라고 썼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해!’, ‘대단하다!’, ‘찾아 읽어볼게요’, ‘멋진 활동 기대합니다’ 등의 다양한 댓글을 받았다. 오랜만에 연락한 지인들은 ‘너 작가 됐어?’부터 ‘그런데 브런치가 뭐야?’, ‘브런치가 글 쓰는 덴가? 들어는 봤어.’ 등의 메시지도 받았다. 그 당시 나는 합격의 기운에 취해 ‘나도 이제 꿈꾸던 작가가 됐어!!’라고 동네방내 떠들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 이는 곧 어리석은 행동임을 알았다. 그 이유는 뒤에서)
잘 알지 못했던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부여받은 ‘작가’라는 타이틀은 나를 실로 긴장하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란 창의적인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담아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사람이다. 더 이상 내 방 책상 위에 놓인 오래된 컴퓨터 속에만 존재하는 글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뜻이요, 이는 공감과 비판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실제로 그런 일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다.
브런치 어플에 새겨진 종모양의 알림은 내가 가장 먼저 클릭하는 곳이다. 누가 내 글에 라이킷을 하고 내 브런치를 구독하고 댓글까지 남기는 일들은 감사함을 넘어 신기한 경험이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별 기이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라이킷’ 하나에 ‘내 글이 인정받고 있구나’ 생각되며 자존감이 올라갔다.(워낙 자존감이 낮은 탓에 이런 거 하나에도 크게 반응된다) 읽을거리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이미지가 대세가 된 시대에 시간을 할애해 내 긴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행복한 일인지 처음 알았다.
어느 날 알림을 확인해보니 ‘조회수가 1000이 돌파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1분 후 ‘조회수 2000이 돌파했습니다!’ 곧이어 ‘조회수 3000이 돌파했습니다!’가 뜨고 몇 십분 후 ‘조회수 10000이 돌파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내 글을 봤다는 말인가! 느낌표만큼이나 나도 뜨악하면서 의아했다. 알고 보니 내 글이 <브런치 인기글>에 떡 하니 올라가 있었다. <브런치 인기글>이라는 코너가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인기글에 올라간 만큼 많은 라이킷과 댓글이 달렸다. ‘공감된다. 딱 내 얘기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댓글 달려고 브런치에 가입했다’등의 반응과 함께 ‘저는 반대 상황이라 이해가 안 되네요.’, ‘너무 욕심이 과하신 듯’ 등의 목소리도 달렸다. 내가 쓴 글이 읽는 이의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됐다. 이 일은 어떻게 하면 내 진심이 잘 전달되게 쓸까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글을 쓰면서 지인들도 하나둘씩 내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동네방네 떠들었으니 호기심에 무슨 글을 쓰나 방문하시는 것 같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그동안 감추었던 감정들을 하나씩 풀어쓰면서 그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기장을 공개하는 일은 아무렇지 않지만 아는 사람들이 내 일기장을 보면 왠지 쑥스럽고 얼굴이 빨개지고 그러지 않는가. 내 글을 글로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글 너머에 보이지 않는 내 사생활까지 떠오를 까 봐 겁이 난다. 부디 덜 성숙한 인간이 성숙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
브런치 덕분에 기고 메일도 받았다. 어떤 분께서 부업 관련 뉴스레터에 내 글을 싣고 싶다고 연락해 온 거다. 흔쾌히 허락했고 <k골드러시>라는 부업 관련 뉴스레터 6월 첫째 주 호에 내 글이 실려 있다. 많은 분들이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들이 브런치를 시작하고 3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브런치! 너는 대체 뭐길래 이런 신기한 경험들을 내게 선사해 주나요? 아무것도 아닌 나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준 너란 존재 앞으로도 계속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