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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Apr 26. 2021

나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자존감 회복하기

내가 처음 운전대를 잡은 때는 복직을 앞둔 2017년 7월이다. 한 시간 넘게 걸리는 학교까지 출근하기 위해 차가 필요했고 운전연습을 해야 했다. 동네 주변을 몇 바퀴 도는 것부터 연습을 시작하다 어느 날 장거리를 운전하고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복직 연수를 듣기 위해 용인에서 안산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서 안산까지 바로 가는 대중교통도 딱히 없었고 가장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오전 9시까지 연수원에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늦어도 집에서는 7시 40분에 나서야 했다. 그 시간은 가장 붐비는 직장인들 출근시간이다. 초보운전인 데다 가장 복잡한 출근 시간에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넘는 거리를 운전해 가야 하니 여간 걱정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로 운전을 했다. 마음속으로는 ‘제발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와주세요’라며 기도했고 손에는 땀이 나서 수시로 닦기 바빴고 눈은 정면과 백미러, 사이드 미러를 번갈아 체크했다. 혹시 집중력이 흐트러질까 라디오나 음악은 들을 수도 없었다. 오직 운전에만 집중해서 목적지까지 갔다.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고 시동을 끈 후에야 비로소 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내 목표는 늦더라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거다.  웬만하면 차선 변경을 하지 않고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무조건 양보했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혹시 나한테 하는 소리인가?’ 흠찟 놀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발생했다. 연수 넷째 날 출근길, 그것도 여러 차들이 합류하는 가장 복잡한 지점에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퍽’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설마 내 차에서 나는 소리인가?’ 의심하던 찰나 어떤 남성분이 울그락 불그락한 얼굴로 운전석 창문을 두드렸다. 내가 우회전을 할 때 오른쪽에 있었던 상대방을 차를 스친 모양이다. 아저씨는 소리를 질러댔고 겁에 질린 난 사고의 경위를 파악하기도 전에 연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서로 차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고 연락처를 교환한 후에야 내 갈 길을 갈 수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처음으로 안산까지 간 일주일의 시간이 마치 내 인생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되도록 차선을 변경하지 않고 가는 것은 여러 사람을 사귀는 것보다 친한 몇 사람과 인연을 쭉 이어가는 것을,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양보하는 태도는 웬만하면 얼굴 붉히지 않고 상대에게 맞추려는 나의 성향과 비슷했다. 뒤에서 빵빵거리는 소리에 흠찟 놀라는 모습은 누군가가 수군거리면 ‘혹시 내 얘기를 하는 거 아냐?’, ‘저 사람 표정이 안 좋은데 혹시 나 때문인가?’ 하는 불안한 마음을, 충돌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껄끄러운 일이 벌어지는 걸 불편해해 바로 수그러드는 나의 모습과 닮았다.


난 여러 교육 관련 책을 읽고 나서야 나의 문제점이 '불안전한 자존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이름 자존감. 자기를 사랑받을 만한 존재로 소중해 여기는 마음. 누구나 태어날 때 사랑받으며 태어나지만 점점 자라면서 어떤 사람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어떤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 자존감은 부모에 의해 어릴 때 형성되어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불안전한 자존감의 숨은 범인은 바로 ‘부모’라는 섬뜩한 문구를 알아버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어서 까지 ‘난 괜찮은 아이야. 난 멋져!’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야말로 엄친딸과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옆집 애는 이번에 100점을 맞았다는 데 너는 뭐니?’, ‘성적이 이거밖에 안되니 엄마가 창피해 죽겠다.’ 등의 레퍼토리를 들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해냈을 때는 ‘우연이 됐을 거야. 내 능력으로 그렇게 될 리 없어’라며 내게 돌아오는 공을 애써 무시했다.


다른 이가 해주지 않으면 내가 스스로 비교질을 했고 사랑을 갈구했다. ‘쟤는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집까지 잘 사네. 근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숙제를 열심히 해 ‘잘했다’란 칭찬 들어야지.’ ‘선생님께는 쟤만 예뻐하는 것 같아. 나도 좀 예뻐해 주시지’. 친구들이 나를 떠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내키지않는 행동도 그들에게 맞췄다. 나는 수시로 남들과 비교당했고, 스스로 비교했으며,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을 갈구했다.


엄마가 되고부터 나는 이 낮은 자존감을 탈피하려 부단히 애를 썼다. 내 자식들에게 ‘내 자존감의 슬픈 범인은 바로 엄마 때문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내 불안전한 자존감을 유전적인 영향으로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자존감은 유전 50%, 환경 10%, 의지 40%로 만들어진다고 하니 충분히 내 의지와 환경 구성으로 회복 가능했다. 즉, 어린 시절 내 자존감의 양육이 부모에 의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내가 나를 키우면 되는 거다(출처『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by 남인숙).

그래서 결심했다.


나를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상대방에게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 내가 먼저 사랑을 줄 것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일 것


나는 불완전한 사람이다. 이는 다른 이도 마찬가지다. 다른 이가 가지고 있는 특출 난 일부분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부족하더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자.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다가갔을 때 상대가 물러서지 않으면 관계를 이어나가고 아니면 말자.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마음속으로 외치자.

못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참고 자료: 『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by 남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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