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5시 30분부터다. 새벽 5시 30분이란 시간은 누군가 에게는 꿈꾸는 시간이고 누군가 에게는 꿈나라에 있는 시간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 시간을 꿈꾸는 시간으로 선택했고 이 선택은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중 하나가 되었다.
새벽 풍경을 감상하는 일은 일찍 일어나는 사람만의 특권이다. 나는 이 신비로운 풍경이 참 좋다. 5시 30분쯤 창 밖을 바라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몇몇 상점의 네온사인만이 번쩍인다. 어둠을 밝혀주기엔 미약하지만 그 불빛을 모으면 새벽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잠시 후에 검은색 하늘이 점점 어두운 푸르스름한 하늘로 변한다. 보이지 않던 건물이 제각각 실루엣을 드러낸다. 그 실루엣 또한 멋스러운 장관처럼 느껴진다. 우리 동네에 이런 건물이 있었나 새롭게 보인다.
새벽의 백미는 동이 틀 무렵이다. 어수룩한 하늘에 태양 빛에 반사되면 붉은색, 푸른색, 노르스름한 색, 오렌지 색등이 한데 어우러져 그러데이션을 이룬다. 나는 하늘에 무슨 색이 섞여 있나 구분해보려 하지만 매번 실패다. 이 시간에는 항상 감성이 이성을 이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묘한 느낌은 직접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이 아름다운 장관을 본 이후로 새벽 기상은 나에게 멈출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글을 쓰기 위해서도 준비가 필요하다. 먼저 정신을 맑게 해야 한다. 비몽사몽 정신없는 상태에서 글을 쓰려면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시간만 잡아먹는다. 5시 30분부터 글을 쓰기 위해 나는 5시에 일어나 몸을 준비한다. 먼저 찬물로 세수와 양치를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매일마다 하는 일이라 그 효과를 잊기 쉽지만 세수와 양치는 잠을 깨우는데 최고의 효과가 있다. 그 후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준다. 스트레칭은 자느라 굳어있던 내 몸에 ‘이제 하루를 시작해볼까?’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몸에 활력이 생기며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30분 정도 몸을 풀어주면 따뜻한 차 한 잔을 타서 방으로 들어온다. 이제 글쓰기 준비는 끝났다.
이제 내 생각과 의지와 글자의 싸움이 시작됐다. 내가 정한 글쓰기 시간은 오전 5시 30분부터 7시까지다. 내가 그 시간을 글쓰기 시간으로 정한 이유는 직장에 복직한 후에도 그 시간은 나를 위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7시부터는 아이들 등원과 내 출근 준비로 바쁘다. 그전에 일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복직 후에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다는 변명을 미리 차단해 놓기 위함이다. 퇴근 후에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므로 이 시간은 무조건 내 시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누군가는 내가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다면 이렇게 상상할지도 모른다. 내가 애초에 상상한 글쓰기 풍경도 이랬다. ‘밖은 고요하고 옆집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새벽에는 오직 나만 깨어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따뜻한 차를 마신다.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긴다.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오로지 타자 소리만 들린다. 나는 더욱 글쓰기에 몰입한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글 쓰는 모습은 오직 상상 속에 존재한다는 걸 알았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나는 엄마였다. 그것도 가장 무섭다는 7살, 5살 유치원생의 엄마 말이다. 평소에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이렇게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방에서 공룡 발자국처럼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내 가슴도 덩달아 쿵쿵 떨린다. 곧 방 문이 열리더니 그 발걸음 소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고요한 적막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다.
“엄마 굿 모닝!” 내 1호의 아침 인사다.
“아들 굿 모닝!” 나는 1호에 대답하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
곧이어 더 무서운 2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2호는 보통 눈을 미처 다 뜨지도 못한 체 아무 말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내 무릎으로 돌진한다. 내 글은 아이의 머리에 가려 이미 보이지 않는다. 곧 1호가 다시 등장한다.
“엄마 오늘은 뭐 써?”
“응, 엄마 오늘은 00에 대해서 써.”
“엄마, 나랑 놀자.
“우선 동생이랑 놀고 있어.”
“싫어. 엄마랑 놀고 싶단 말이야.”
“엄마 금방 다 쓰니깐 먼저 동생이랑 놀고 있어.”
내 글쓰기 몰입 시간은 이렇게 생각보다 일찍 막을 내린다. 우리 집 아이들은 엄마를 닮아 일찍 일어난다. 이런 점까지 닮은 사실을 좋아해야 하는지 싫어해야 하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은 있다. 언제 우리 집 1호가 내가 글 쓰는 모습을 보고 “엄마 나도 작가 될래요.”한다. 비록 엄마의 글쓰기 시간은 일찍 마무리됐지만 엄마도 꿈이 있다는 걸, 그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걸 아이들이 느낀 걸까? 엄마처럼 아이들도 멋진 꿈을 꾸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