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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May 10. 2021

나의 인생 책 이야기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픈 자

작년 이맘때쯤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유명한 안네를. 모두가 짐작하는 《안네의 일기》를 쓴 그녀가 맞다. 내가 학창 시절에 《안네의 일기》를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친구들의 손에 여러 권의 책이 들려있을 때 난 관심 조차 없었기에 최초로 이 책을 읽은 시점을 작년인 2020년으로 해두기로 했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책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이해해야 했다. 1938년 나치가 유대인 학살을 시작하자 유대인들은 숨어 지내야 했다. 이 책은 1942년 6월 14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 안네 가족은 살던 집에서 나와 독일군의 눈을 피해 숨어 지네면서 쓴 일기 형식의 글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이런 명작을 40살에 처음 읽은 나에 대해 놀랐다. 만약 내가  읽은 시기가 안네와 또래인 10대였다면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숨어 지내야 했던 안네의 절박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궁금했다. 그런 생각할 기회조차 없이 40년 인생을 살아온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지금이라도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건 다행이지만 그 나이 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모른 체 지나온 건 분명 후회되는 일이다.


두 번째는 안네의 수준 높은 글쓰기 실력에 놀랐다. 《안네의 일기》를 쓴 당시 안네의 나이는 고작 14살에서 16살이었다. 10대 중반의 소녀가 쓴 일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도로 안네의 생각과 고뇌, 숨어 지내면서 들었던 지치고, 두렵고, 비참한 감정 등이 잘 드러났다. 내가 꼭 안네와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처럼 안네가 겪어온 과정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안네. 이런 글쓰기 실력은 모두 독서를 통해서 길러졌으리라.   


내가 10대로 다시 돌아간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이렇게 다양한 독서를 통해 생각을 넓히고 간접경험을 쌓는 일이다. 그랬다면 지금과 다른 미래가 그려질지는 모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반경은 넓어졌으리라. 하지만 과거를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법.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했다. 독서는 가장 안전하게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코로나 시대에 방구석에서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나는 그렇게 다양한 세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안네의 일기》을 비롯한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글쓰기로 이어지기까지 나에게 영향을 준 책들이 있다. 이 책들, 작가들이 없었다면 지금 쓰고 있는 나도 없었을 것이다.(이외에도 좋은 책이 많았지만 실질적으로 읽고 쓰는 활동에 도움을 준 책 위주로 썼다.)


먼저 내게 독서에 대한 동기부여를 준 책은 《48분 기적의 독서법》이다. 독서 혁명가라고 불리는 김병완 작가가 쓴 책으로 이분의 이력이 특이하다. 대기업 직장을 그만두고 3년 동안 도서관으로 출근하며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독서를 통해 깨달은 내용으로 책을 쓰고 지금도 꾸준히 독서 관련 사업을 하고 다. 이 작가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48분씩 하루에 두 번만 책에 미쳐보자. 이 계획을 3년 동안 꾸준히 실행해 1,000권이라는 독서 임계점에 도달하면 누구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왜 하루에 48분일까? 2040년 한국인 기대수명이 90세라고 할 때 이중 독서에 미치는 시간을 3년, 인생 중 1/30을 독서에 할애한다는 얘기다. 이를 하루로 축소하면 하루 총 1,440분 중 1/30인 시간은 48분이다. 이 시간에 독서를 하면 일생 중 3년을 독서에 투자한 시간과 비슷하다는 결론이다. 작가의 주장이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내게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책으로 이 만한 책이 없다. 비록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1,000권이라는 독서 임계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 책이다.


독서에 빠져있다가 쓰기라는 영역으로 새로운 관심을 돌리게 해 준 책, 즉 쓰기 동기부여 책은 이승희 작가가 쓴 《기록의 쓸모》다. 책 제목대로 모든 기록은 쓸모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가는 수시로 기록을 생활화하며 책까지 쓰게 됐다. 작가가 기록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일을 잘하고 싶어서라고. 작가는 수시로 기록해 둔 작은 메모 속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기록’이란 걸 해보기로 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개설해 매일 글을 쓰고 일상적인 사진을 찍어 올렸다.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데 소극적이었던 내가 ‘기록’이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하루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조차 모르게 그저 흘러가는 강물의 일부분이었으리라. 모든 순간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작은 관심을 기울일 것, 세상에 하찮은 것은 하나도 없고 하찮게 바라보는 태도만 있을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 책이다.    


글쓰기라는 영역에 입문한 책은 강원국 작가의 《강원국의 글쓰기》다. 강원국 작가를 처음 본 건 유튜브 채널 김미경 TV에서였다. 푸근하고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으로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강의를 하셨는데 작가님의 수수함과 인간적인 매력에 이끌려 책으로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읽게 된 책이 《강원국의 글쓰기》. 이를 시작으로 《대통령의 글쓰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 책으로 이어졌다. 이런 책들을 통해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며 쓸거리가 있어서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쓸거리가 생긴다. 즉, 생각이 생각을 몰고 오고 글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경험을 알게 해 준 책이다. 그러면서 일단 쓰라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실수 투성이어도 써야 발전을 있다며 나에게 쓰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이 책들은 글쓰기를 위한 책이지만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이 버무려져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나에겐 글쓰기 교과서 같은 책이 되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쓰기를 실천하게 해 준 책은 신은영 작가의 《이젠 블로그로 책 쓰기다!》다. 1년 전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저자는 1년 만에 4권의 책을 쓰는 저자가 되었다. 그 문구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 같은 평범한 주부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옆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작가가 한 방법대로 실천해 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 루틴 만들기. 매일 일정 시간에 앉아 그 시간에는 무조건 쓰는 거다. 나는 이 시간을 새벽 5시 30분부터 7시까지로 정했다. 이어서 쓰기 근육 단련시키기. 점진적으로 쓰기 분량을 늘리는 작가만의 쓰기 방법을 따라 했다. <100일 동안 A4 반장 쓰기 → 30일 동안 A4 1장 쓰기 → 50일 동안 A4 1장 반 쓰기→ 40일 동안 A4 2장 쓰기 → 30일 동안 A4 3장씩 쓰기> 마지막 단계까지 훈련이 된 후 쓴 글을 모으면 책 한 권 분량이 완성된다.   


내가 독서를 시작한 지는 일 년 반, 글쓰기를 시작한 지는 100일이 다 되어 간다. 일 년 전 책 한 권을 집어 들지 않았다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없다. 블로그에 첫 글을 쓰지 않았다면 브런치에 40편의 글을 쓴 나도 없다. 나는 계속해서 내게 영감을 주는 책, 작가들을 만들어가며 읽고 쓰고 싶다. 그렇게 매일 읽고 쓰는 여자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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