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20대보다 좋은 이유
두려움에 맞서는 법
by 오늘도자라는알라씨 Jul 14. 2021
나이마다 칭하는 명칭이 있다고 한다. 30대는 ‘이립(而立)’으로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를 의미하고 40대는 ‘불혹(不惑)’으로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또한 50대는 ‘지천명(知天命)’으로 하늘의 명을 깨닫는 나이라는 뜻이다.
어느덧 나도 ‘불혹’으로 불리는 마흔한 살이 되었다. ‘불혹’이란 단어는 공자가 《논어》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고 하니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모양이다. 많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는 40년 인생을 살아 보니 왜 ‘불혹’이라는 말이 40대를 뜻하는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30대에서 바로 40대가 되었다고 해서 그 의미를 불현듯 깨닫게 되는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20~30대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깊어지고 현실을 마주하는 자세가 담대해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20-30대를 돌이켜보면 나는 겉으로는 젊음과 생기가 있어 보였지만 속은 가볍고 비어있는, 마치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와 같았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고 그들의 칭찬을 갈구했다. 기분 좋은 평가를 듣는 날에는 유난히 들떴고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행동했다. 칭찬이 어느새 뾰족한 화살을 장착하고 날아오는 날이면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고 잠을 설치기도 했다. 무섭고 두려운 일을 만나면 피하기 바빴고 쓸데없는 자존심은 셌지만 나를 지탱해주는 자존감은 한 없이 낮았다. 힘든 일 앞에 서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며 세상을 원망했다. 거대한 공룡과 같은 현실 앞에서 나약하고 쉽게 무릎 꿇은 내가 너무 미웠다.
40대가 된 지금은 중심추 역할을 하는 뚝심이란 것이 어느새 뿌리를 내려 나를 단단하게 한다. 그 결과 더 이상 주변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 ‘뭐가 좋다더라, 뭐가 안 좋다더라’ 같은 주변의 말보단 내 생각과 판단에 의해 결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회피하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에 무뎌질 줄도 알게 되었다. 남의 비위를 맞추기보단 내 기분 상태를 먼저 챙기고 더 이상 남에게 칭찬을 갈구하지 않는다. 나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사람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니 마음도 편해졌다. 힘든 일 앞에서 다른 이에게 동정과 위로를 갈구하기보단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고 스스로 위로하는 법도 알았다. 독서와 사색을 통해 위로받고 깨달음을 얻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들은 어느 순간 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나를 단단하게 성장시켜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40대가 되어 좋은 점은 내 힘으로 어찌할 수가 없는 힘든 일 앞에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기’와 그대로 ‘내버려 두기’ 자세를 알게 된 점이다. 즉 두 가지 ‘마주하기’와 ‘내려놓음’은 두려움에 떨던 나를 편안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30대까지는 세상을 ‘마주하기’와 ‘내려놓기’가 두려웠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내 앞에 펼쳐진 원치 않는 현실 앞에서 ‘이는 사실이 아닐 거야’, ‘그럴 리 없어’, ‘그들이 잘못 판단한 거야’라며 현실을 애써 부정했다. 그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했다. 죽음이 두려웠고 과거가 내 발목을 잡을까 불안했으며 미래에 어떤 불행한 일이 벌어질까 무서웠다. 안 되는 일도 꾸역꾸역 해내는 완벽함을 갖춰야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줄거라 착각했다. 그 결과 내 어깨 위에는 부담감, 책임감, 완벽함, 두려움이 한아름 올려져 항상 나를 짓눌렀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선 더 이상 고민하고 괴로워하기보단 ‘마주하기’와 ‘내려놓기’를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어. 언제 죽든 그건 자신의 운명으로 생각하자. 그러니 남아 있는 생을 사는 동안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자.’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지만 이 세상엔 고민 없는 사람은 없어. 단지 그 고민들이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일 뿐. 고민은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거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고민하자.’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해서 미래에도 계속 행복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어.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해. 지금 행복하다고 노력을 안 하기보단 어려움을 이겨낼 지혜와 용기를 쌓을 시기야.
스토아학파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돈을 벌었다거나 망했다거나 병이 들었다거나 건강하다고 해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 그런 마음의 상태가 행복이다. 진짜 행복은 마음속에 있다.
나를 행복이나 불행으로 이끄는 것은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똑같은 어려운 상황 앞에서 한없이 불행만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그 상황을 지혜롭게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미래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는 20대보다 40대인 지금이 더 좋다. 내 꿈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라도 ‘40대보다 50대가 더 좋다’라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