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말고,
생각처럼 되었다고 날듯이 기뻐하지 말라.”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한때 바둑을 즐기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상대의 수를 읽고 둔 한 수가 속절없이 무너지기도 했고,
실수인 줄 알았던 한 수가 새로운 국면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인생도 그러합니다.
한 수로 모든 게 끝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면 그 수가 전혀 다른 길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근심하지 마라.”
이 말은 흐름을 보라는 말로 해석이 됩니다.
지금의 어려움이 지나면 순조롭게 풀리기도 하고,
반대로 잘 풀리던 일이 어느 순간 막히기도 합니다.
우리는 무언가 잘 풀릴 때
그 행복이 오래 가리라 믿고,
그 기쁨이 영원할 것처럼 들뜹니다.
하지만 기쁨은 언젠가 지나갑니다.
그리고 종종, 그것은 다시 나를 시험합니다.
그래서 채근담은 다시 말합니다.
“지금의 행복이 앞으로도 이어지리라 생각해선 안 되며,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금세 도망쳐서는 안 된다.”
지금의 행복이 계속될 거라 믿는 순간,
우리는 어쩌면 미래의 실망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자마자 벽에 부딪히고,
그 벽이 너무 높다고 돌아서버리면
우리는 끝내 벽 너머의 풍경을 보지 못합니다.
나는 글을 쓰다 종종 막힙니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을까?”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아, 무기력한 채 노트북을 덮는 날도 많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 글을 기다릴지도 모를 누군가를 떠올립니다.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이 나의 글로 위로를 받는다면
다시 써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글 쓰는 일은 생각처럼 되지 않아도 괜찮은 길입니다.
생각처럼 풀린다 해도,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진심입니다.
그저 하루 한 문장.
나 자신에게 진실한 글을 남긴다면,
그 글이 먼 훗날
누군가의 고비 앞에서 작은 등불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