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길고 세상은 넓다

034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채근담은 말합니다.
“세월은 본래 길지만, 조급하게 사는 사람은 스스로 그것을 단축시킨다.”


바쁘게 사는 것이 능력처럼 보이는 시대입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이룰 것도 많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앞서고
손에 든 일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나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장 다 해내야만 하는 일인가?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해내는 일이 오히려 더 값지지 않은가?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세월은 느리게 흐릅니다.
느리게 흘러도 괜찮다는 확신이 있으면
서두르지 않아도 끝내 도달하게 되는 법입니다.


조급함은 스스로 시간을 단축시키는 일입니다.
천천히 가는 용기가 때론 더 멀리 데려다줍니다.


채근담은 또 말합니다.
“세상은 원래 넓은데, 속이 좁은 사람은 스스로 그것을 좁게 만든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자신의 작은 세계가 전부인 줄 압니다.
그 좁은 시야 안에서 더 넓은 생각, 더 깊은 이해는 피어날 수 없습니다.

나도 때때로 그런 개구리가 되곤 합니다.
내 방식만 옳다고 여기고,
타인의 생각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하지만 마음을 조금만 넓히면
세상은 여전히 넓고, 삶은 여전히 다채롭습니다.
다른 이의 입장에서도 바라보려 애쓰는 순간,
그간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하나둘 열립니다.


마음의 크기만큼 세상의 넓이도 결정됩니다.
내 안의 세계를 넓힐 수 있어야
비로소 외부의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채근담은 다시 말합니다.
“악착같이 사는 사람은 이를 누리지 못하고, 홀로 분주하다.”


세월이 긴 줄도 모르고
세상이 넓은 줄도 모른 채
그저 분주하게만 살아가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성취만을 좇느라
창밖의 꽃 한 송이 볼 틈도 없고,
따스한 햇살을 느낄 여유도 없었습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한 걸음 물러나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
잠시 숨 고르며 삶을 음미하면
삶이 주는 선물들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주함 속에서도 여유를 아는 사람이 삶을 즐길 수 있으며
멈출 줄 아는 사람이 속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법입니다.


오늘 하루,
세월은 길고 세상은 넓다는 이 오래된 지혜를
마음속에 담아보려 합니다.


삶을 단축시키는 건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입니다.
삶을 좁게 만드는 건
환경이 아니라, 내 시야입니다.
그리고 삶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건
일이 아니라, 내 방식입니다.


조금 느리게, 조금 넓게, 조금 여유롭게.
그렇게 오늘을 살아도 괜찮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뜻대로 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