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초역 채근담
문득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이 괜히 날카롭게 들리고,
평범한 일이 괜히 나를 향한 듯 느껴집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채근담의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활 그림자를 보고 뱀이라며 놀라고,
풀숲에 놓인 바위를 보고 호랑이로 착각한다.
눈앞의 모든 것이 자신을 해치려 든다는 착각 때문이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배중사영(杯中蛇影)'이라는 고사를 떠올렸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잔에 술을 따라주었는데
그 잔 안에는 뱀이 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것이 상대의 계략이라 오해했고,
마음의 착각은 결국 마음의 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벽에 걸린 활이 술에 비친 그림자였을 뿐이었습니다.
또 하나, '사석위호(射石爲虎)'라는 고사도 생각납니다.
사냥꾼이 호랑이를 봤다며 활을 쐈지만,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그저 풀숲에 놓인 바위였습니다.
어지러운 마음은 바위도 맹수로 착각하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마음이 어지러울 때,
세상은 왜곡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 침묵조차
공격으로 느껴지고, 의심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채근담은 또 이렇게 말랍니다.
“마음이 평온할 때는
포악한 사람도 내 앞에선 얌전해지고,
시끄러운 개구리울음소리도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린다.”
결국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소란스러운 것입니다.
내가 먼저 평온하면, 세상도 차분해집니다.
그 어떤 외부의 적도,
내 안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나는 이 문장을 마음속에 품어 봅니다.
“착각은 어지러운 마음이 만든 그림자일 뿐이다.”
혹시 지금 마음이 어지러운가요?
그렇다면 지금 눈앞의 뱀과 호랑이는 정말인가요?
아니면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그림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