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를 내려놓고, 마음을 들여다본 날

068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채근담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잘못을 꾸짖을 때는 무턱대고 엄하게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상대가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구절을 읽으며 문득,
아들이 고등학생이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성적표를 받아 든 날,
저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지난 학기보다 성적이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아들의 종아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몇 대를 내리쳤죠.
그런데 아들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맞기만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적, 저도 성적이 떨어졌을 때
아버지에게 회초리를 맞았던 장면입니다.
저 역시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맞았고,
아버지도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리셨죠.


‘아, 나도 아버지처럼 하고 있었구나.’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무조건 엄하게 다스리는 게 능사는 아니란 걸.


그날 이후, 저는 회초리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그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이겨내고, 스스로 해내도록.


시간이 흘러, 아들은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 잘 자라주었구나.”

대견스러운 아들을 보게 됩니다.


채근담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을 가르칠 때도 목표를 높게 설정한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그가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정말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너무 높은 목표만 제시한다면
그건 격려가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목표,
자신의 분수에 맞는 단계,
그 안에서 성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요.


요즘 저는 역학 학습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초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는 구조로 쓰고 있습니다.


제가 어려움 속에서 공부했기에,
다른 이들은 조금 더 수월하게 공부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역할이자,
묵묵한 사명이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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